차가운 바다 위.."애들아, 한 번만 다시 안아보고 싶다"

김윤주 2021. 4. 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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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하기만한 바다를 바라보며 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4·16 합창단의 '잊지 않을게' 노래가 흘러나오자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을 했다.

한정무군 아버지 한아무개(52)씨는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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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세월호 참사 7주기 선상 추모식
아이들 이름 목놓아 부르며 오열
"세월호 아픔은 현재 진행형"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단원고 유가족들이 선상 추모식을 열고 묵념과 헌화를 했다. 어머니들 가운데 바다에 국화를 던진 뒤 오열하다가 선상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바다에 떠 있는 세월호 침몰 지점을 알리는 노란색 부표를 바라보며 서로를 위로했다. 진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윤아 사랑해!” “너무 보고 싶다. 꿈에라도 찾아와줘” “호진아, 한 번만 다시 안아보고 싶어”

야속하기만한 바다를 바라보며 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라진 위치를 알려주는 노란색 부표와 부모들이 흩뿌린 하얀 국화 꽃잎만이 파도를 따라 넘실거렸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유족들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남쪽으로 약 3.3km 떨어진 사고 해역을 찾아 7년 전 이날 차가운 바다가 삼켜버린 수많은 이들을 눈물로 추모했다.

이날 오전 7시10분께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족 22명과 4·16재단 관계자 등 59명은 해경 경비함정 3015함(3천t급)을 타고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출발했다. 약 3시간 만에 52마일(약 83.7km) 떨어진 사고해역에 도착한 이들은 세월호 침몰 시각인 오전 10시30분에 선상추모식을 시작했다. 육지를 떠날 때만 해도 잔뜩 흐린 하늘은 추모식이 시작되며 점차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비쳤다.

이호진군 아버지인 이용기(52)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대변인은 추도사에서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갔던 날과 요일도 겹치고 날씨도 비슷하다”며 “목이 메지 않을 수 없는 자리에 와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세월호가 침몰한 지 7년이 되도록 침몰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회와 정부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하루속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이 단원고 2학년1반부터 10반까지 세월호 참사로 숨진 학생 250명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불렀다. 노란 리본이 그려진 검은 마스크와 흰 장갑을 낀 유족들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4·16 합창단의 ‘잊지 않을게’ 노래가 흘러나오자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을 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단원고 유가족들이 선상 추모식을 열고 묵념과 헌화를 했다. 어머니들 가운데 바다에 국화를 던진 뒤 오열하다가 선상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바다에 떠 있는 세월호 침몰 지점을 알리는 노란색 부표를 바라보며 서로를 위로했다. 진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하얀 국화를 손에 들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바다에 국화를 던지며 연신 “사랑해” “보고 싶어”라고 외쳤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갑판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오열하다 쓰러져 밭은 숨을 내쉬는 다른 유족의 등을 토닥이고, 서로 어깨에 기대며 “잘 지내고 있을 거야”라며 쓰린 마음을 애써 다잡는 이들도 보였다.

유족들은 세월호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꼭 내일이라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며칠 전에도 지윤이가 어릴 때 모습으로 꿈에 나와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사라지는 꿈을 꿨어요. 이런 꿈을 종종 꿔요.”(박지윤양 아버지 박영배(59)씨), “딸과 친했던 친구의 아버지가 ‘우리 딸 헌화도 대신 해달라’고 부탁해서 함께 했어요.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리운 마음뿐이에요.”(김아라양 어머니 박양숙(59)씨)

이들은 지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달라고 정부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2014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단식을 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53)씨는 “7년 만에 처음 선상 추모식에 참여한다. 참사 해역 근처에 가면 유민이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라며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바란다”고 토로했다. 한정무군 아버지 한아무개(52)씨는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고해역을 배로 한 바퀴 돈 뒤 육지로 돌아와 오후 3시30분께 목포 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한 차례 더 추모식을 열었다. 선체를 보며 추모하는 일반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추모식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완도 주민 김아무개(44)씨는 “단원고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았을 아이들인데 눈물이 자꾸 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단원고 유가족들이 선상 추모식을 열고 묵념과 헌화를 했다. 진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진도/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바로가기: “유족 힘내라고, 모두 기억하자고” 노란리본 떼지 않는 사람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12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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