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전 변협 회장의 강한 존재감?..어수선하게 수사 착수한 공수처
[경향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6일 검사 임용식을 하면서 수사체제로 들어갔다. 인적 구성 과정을 두고 특정 인물과의 연관성이 부각되고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공수처 검사로 기용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법무법인 율촌 고문 변호사)과 연관되는 지점이 많다. 이 전 회장과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005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각각 재무이사와 공보이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올 초까지 이 전 회장이 이끌었던 변협은 지난해 11월 김 처장을 처장 후보로 추천했다. 청와대는 지난 1월 김 처장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했다.
공수처가 차장으로 제청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이 전 회장의 고교 후배다. 2017년 이 전 회장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역임할 당시 법제이사를 지냈다. 이 전 회장이 변협 회장이었을 때 변협 부회장이었다.
김 처장은 이 전 회장이 추천한 변호사를 자신의 수행 비서관(별정직 5급 상당)으로 특별채용하기도 했다. 수행 비서관은 모 지방변호사회 전 회장의 아들이다. 전 변협 관계자는 “김 처장이 변호사이면서 자신과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 당장 근무할 수 있는 사람 중 추천해 줄 것을 이 전 회장에게 요청했다. 변협 회장에게는 다양한 곳에서 변호사 추천 요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또 “이 전 회장이 당장 일할 수 있는 변호사가 많지 않아 취업 준비 중인 변호사를 추천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공수처 자문위원으로도 위촉돼 공수처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 변협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공수처 출범부터 공수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공수처 논문을 준비할 정도로 자문위원으로 손색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 재임시 변협 대변인이었던 허윤 변호사가 이날 공수처 검사로도 임용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외관상이라도 공정하게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 인선 과정에서 특정인과 과도하게 연관된 게 보인다. 자문위원 위촉이나 공수처 검사 임명 기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 변협 집행부 관계자는 “공수처장 추천을 제외하고 변협 차원에서 개입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 중에는 대형 로펌 출신이 주목 받는다. 김일로·이승규 검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시영 검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이종수 검사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검찰 출신 김숙정 검사는 현 정권 들어 주목 받는 엘케이비(LKB)앤파트너스에서 일했다. 대형 로펌에서 공수처 검사 활동 이후 특혜를 노리는 이른 바 ‘후관예우’를 위해 소속 로펌 변호사를 공수처 검사로 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공수처는 검사 23명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13명으로 출범하게 됐다. 절반 이상을 수사 경혐이 있는 검찰 출신으로 채우려 했지만 4명을 임용하는 데 그쳤다.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뒤 수사가 완료되면 공수처에 다시 사건을 이첩하도록 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 방침으로도 검찰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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