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본 딴 '베를린 월세상한제'..독일헌재 "무효"

김제관,김동은 2021. 4. 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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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셋집 공급난 부작용 남긴채
도입 14개월만에 실패로 끝나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밀어붙이며 모범 사례로 내세웠던 독일 베를린시의 월세상한제가 무효라는 독일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고유 권한을 넘어선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월세상한제로 월셋값을 잡아보려던 베를린의 실험은 '월셋집 공급 축소'라는 부작용만 남긴 채 실패로 막을 내렸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5일(현지시간) 베를린시가 작년 도입한 월세상한제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독일 헌재는 판결문에서 "연방정부가 2015년 도입한 월세 관련 규제가 있기 때문에 입법 권한은 오로지 연방정부에 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번 판결로 임대인은 세입자에게 그동안 손해 본 월세 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됐지만, 보노비아 등 독일 부동산 기업들은 월세 반환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FT는 전했다.

베를린시는 지난해 2월 16개 주정부 중 유일하게 월세상한제를 도입해 월셋집의 90%에 해당하는 150만 임대인이 월세를 2019년 6월 수준으로 5년간 동결해야 했다. 작년 11월 23일부터 시행된 2단계는 월세가 상한보다 20% 이상 높은 월셋집을 금지하고, 상한보다 더 많은 월세를 받고 있는 임대인들은 월세를 내려야 했다.

독일 연방정부가 2015년 베를린, 쾰른 등 집중 규제 지역으로 선정된 곳에서 새로 월세를 내놓을 때 주변 시세의 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임대차법 개정안을 도입했지만, 베를린 주정부는 연방정부 개정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독자적으로 규제안을 만든 것이다. 베를린시 규제는 월세를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월셋집 공급 축소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독일경제연구소(DIW)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상한제 도입 이후 베를린시 월셋집의 평균 월세는 1년 전보다 최대 11% 하락했지만, 신규 월셋집 공급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주변 지역 월세가 급등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김제관 기자]

베를린처럼…한국도 '임대차 3법' 잇단 부작용

獨헌재 월세상한제 무효 결정

공급 반토막·주변 지역은 급등
포퓰리즘 정책의 민낯 드러나
韓, 전월세신고제 등 강행하며
더 센 표준임대료도 '만지작'

독일 베를린의 월세 시장을 초토화시킨 월세상한제가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무효' 판단을 받기에 이르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상한제 등을 이용해 정부가 임대료 산정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을 뚜렷이 보여준 것이 베를린시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2월 베를린 정부가 강력한 월세상한제를 도입해 사실상 월세를 동결하도록 하자 베를린의 월셋집 공급량은 반 토막 났다. 대신 베를린을 떠난 세입자들이 몰려든 인근 지역의 월세는 급증했다. 월세상한제가 임대료 상승을 막아줄 것이라며 환호했던 베를린 세입자들은 예상과 반대로 월셋집을 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분노했고 각종 소송이 난무했다. 볼프강 슈타이거 독일 기독민주당(CDU) 경제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포퓰리스트의 상징적인 정책 대신 주택시장에 가해진 압력을 제거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수도권 유입 인구는 아파트 신축을 통해서만 흡수할 수 있다"며 "신규 주택 허가 절차를 빠르게 만드는 게 월세 안정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도입된 전월세상한제가 임대차계약갱신제와 맞물려 전월세 시장을 대혼란에 빠트린 바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차라리 집을 사자'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폭등했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주도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작 자신이 임대하고 있는 주택의 임대료를 제도 시행 직전에 대폭 올려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친정부 단체를 중심으로 이보다 한층 강한 규제인 표준임대료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임대료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주장으로 인해 향후 전월세 시장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염려도 있다. 지난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역별 표준임대료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표준임대료란 각 지자체가 주택의 입지와 면적, 노후도 등에 기초해 임대료 기준을 정해준 뒤 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임대료를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특히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표준임대료는 전체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하기에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정부가 늘 모범사례로 드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표준임대료·임대료상한제 적용 대상은 정부 보조를 받는 임대주택에 한한다"며 "따라서 표준임대료가 적용되는 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임대주택의 30%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임대료상한제·표준임대료 도입이 해당 지역을 슬럼화시킨다는 건 이미 수차례의 실험이 입증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건 지나치게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동은 기자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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