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객들이 놀랐다, 저 거대한 도넛이 관이라고?
뉴질랜드의 한 장례식에서 크림 도넛 모양의 관이 등장했다. 15일(현지 시각) AP통신, ABC뉴스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관 주문 제작 사업을 하고 있는 로스 홀은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사촌 필 맥린이 생전 좋아하던 크림 도넛 모양으로 관을 만들어서 장례를 치렀다.
필의 장례식에 온 조문객들은 예배당에 들어오는 크림 도넛 모양의 관을 보고 깜짝 놀라며 웃음을 지었다. 필의 아내 데브라(Debra)는 “크림 도넛 모양의 관 덕분에 지난 몇 주 동안의 슬픔과 힘든 시간이 무색하게 됐다”며 “이로써 사람들은 필의 마지막 모습으로 필의 유머감각과 도넛을 간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로스 홀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다잉 아트(Dying Art)’라는 이름의 관 주문 제작 사업을 하고 있다. 크림 도넛 모양의 관은 홀의 가장 최신작이다. 홀은 그동안 소방차, 초콜릿 바, 레고 블록, 가짜 보석으로 덮인 반짝이는 관, 영화 매트릭스에서 영감을 얻은 관 등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관을 여럿 제작해왔다.
홀은 페이스북을 통해 “필을 위해 크림 도넛 관을 만들고, 명랑하고 재미있는 필의 성격을 기릴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그가 생전 그랬던 것처럼 이 관을 통해 당신들을 미소 짓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은 생전 데브라와 함께 전국을 여행하곤 했는데, 감식가처럼 각 마을의 크림 도넛을 비교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필이 대장암 진단을 받은 후, 그는 데브라와 홀과 함께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다가 도넛 모양 관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고 한다. 데브라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촌 홀과 다잉 아트 팀에게 감사하다”며 “이게 바로 필이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홀은 약 15년 전 자신의 죽음을 고민하며 유언장을 쓰다 관 주문 제작 사업을 떠올렸다고 한다. 홀은 “다른 사람들처럼 가고 싶지 않았다”며 “위에 불꽃이 있는 빨간색 관을 원한다고 유언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홀은 뜻이 통하는 몇몇 장의사들을 만나며 진지하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주문 제작 관은 디자인에 따라 약 2100달러(약 230만원)에서 5400달러(약 600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주문 제작 관은 라텍스 디지털 프린터로 설계한 후, 특수 제작된 관에 섬유판과 합판으로 디테일을 더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홀은 장례식 분위기가 최근 몇 년 사이 현저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홀은 “사람들은 이제 죽음에 대해 슬퍼만 하기보다는 장례식에서 고인의 삶을 기리고자 한다”며 “그들은 답답한 관습을 내던졌다”고 말했다.
홀이 제작하는 관은 생분해되는 것들로 보통 고인과 함께 매장되거나 화장된다. 다만, 이번 크림 도넛 모양의 관은 생분해되지 않는 폴리스티렌과 모양을 잡는 폼(foam)이 사용됐기 때문에 회수됐다. 그에 따라 화장 시 필의 관은 평범한 관으로 대체됐고, 크림 도넛 모양의 관은 홀이 간직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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