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재키 로빈슨 데이..야구에서 혁신을 배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2021. 4. 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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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한계를 깬 브랜치 리키의 실험

(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미국 프로야구에서 ’42'는 특별한 숫자다. 아무도 달 수 없는 전구단 영구결번이다. 하지만 1년에 딱 하루 4월15일엔 모든 선수가 42번을 달고 뛴다. 그날 데뷔했던 특별한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재키 로빈슨. 

첫 흑인 선수였던 그는 1947년 4월 15일 브루클린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흑백 차별이 엄존했던 그 무렵엔 혁명 같은 일이었다. 

‘백인의 전당’을 처음 밟은 대가는 혹독했다. 상대편 뿐 아니라 같은 팀 선수들도 노골적으로 그를 경원했다. 그라운드 밖에선 더 했다. 숙소에 돌이 날아오고, 협박 편지가 쇄도했다.

재키 로빈슨 이야기를 다룬 영화 '42'

로빈슨은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데뷔 첫해 신인상을 받았다. 팀 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덕분에 메이저리그를 짓누르고 있던 유리 천장을 걷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 프로야구에서 ’42번’은 모두의 번호가 됐다. 매년 4월 15일엔 ‘재키 로빈슨 데이’로 기념한다. 최고 수준의 실력과 매너를 보여줬던 재키 로빈슨은 그런 존경을 받을만한 인물이다.

■ 야구의 한계와 상식에 늘 의문 제기했던 혁신가 

그런데 재키 로빈슨은 그냥 탄생한 게 아니었다. 그가 유리 천장을 깰 수 있었던 건 상식과 편견에 도전했던 뛰어난 인물 덕분이었다.

재키 로빈슨을 발탁하고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킨 인물. 바로 브랜치 리키 다저스 단장이다.

그는 당시 니그로리그에서 뛰고 있던 재키 로빈슨에게 “인종적 모욕을 참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부당한 대접도 감수하겠다”는 다짐도 받았다. 그리곤 재키 로빈슨이 시련을 당할 때마다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 줬다.

물론 브랜치 리키는 인종차별 반대운동가는 아니다. 다만 그는 누구보다 혁신과 변화를 갈망했다. 뛰어난 운동 능력을 지닌 흑인 선수들을 뛰지 못하는 하는 당연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키가 야구에 몰고 온 혁신은 ‘재키 로빈슨’ 뿐만이 아니었다.

재키 로빈슨을 데뷔시킨 브랜치 리키.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마이너리그 팀을 직접 운영하는 ‘팜시스템’을 처음 고안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따로 운영되던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를 사오던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직접 운영하면서 유망주를 육성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그 결과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뛰어난 선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김광현 선수가 뛰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1930년대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건 브랜드 리치의 팜시스템 덕분이었다.

리키는 또 야구에 한발 앞서 통계 기법을 접목했다. 통계 전문가를 고용했으며, 1950년대에 이미 타율 뿐 아니라 출루율과 장타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지금은 야구단이 상식처럼 운영하는 스프링캠프를 처음 차린 것도 브랜치 리키였다.

브랜치 리키는 철저한 비즈니스 맨이었다. 오히려 냉혈한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상식과 통념에 끊임 없이 도전했다. 덕분에 야구 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 큰 혁신을 선사할 수 있었다.

■ 패러다임 변화에 맞설 새로운 시대 정신은?

오늘 새벽 미국 야구는 재키 로빈슨에 열광했다. 하지만 브랜치 리키의 혁신적 사고가 없었다면 재키 로빈슨은 탄생하기 힘들었다.

재키 로빈슨이 성공할 수 있었던 1차 요인은 ‘뛰어난 성적’이었다. 그는 뛰어난 흑인 선수가 아니라, ‘가장 뛰어난 야구선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흐름을 읽어낸 브랜치 리키의 혁신적 사고가 더해지면서 ‘재키 로빈슨’이란 새로운 시대 정신이 탄생할 수 있었다.

IT업계도 지금 새로운 패러다임의 거센 바람 앞에 서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 정신이 필요한 때다.

IT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브랜치 리키 얘기를 꺼낸 건 그 때문이다.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사고를 하게 되면,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키 로빈슨 데이’를 맞아 야구 얘기를 칼럼 소재로 삼은 건 이런 생각들 때문이다. 재키 로빈슨을 만들었던 브랜치 리키의 혁신정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덧글]

재키 로빈슨과 브랜치 리키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에겐 영화 '42'를 추천한다. 해리슨 포드가 냉정한 리키 단장 역할을 맡았고, 채드윅 보즈먼이 재키 로빈슨을 잘 소화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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