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아니면 자립 꿈도 못꿔"..벼랑 끝에 선 장애인 취준생
15~64세 장애인 고용률 48%
코로나로 1년새 2%P 떨어져
특수학교 대학진학반 다녀도
안마·침술교육 필수로 받아야
장애인고용공단 연계 일자리도
저임금직종 많아 취업길 막막
학원과 인터넷 강의 도움을 받아 2013년 연세대 사회학과에 진학한 김씨의 대학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졸업생 특강이 열리긴 했지만 장애인 채용 정보를 비롯해 구체적인 진로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좋은 대학에 진학했어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공무원 아니면 대학원 진학뿐이었다"며 "로스쿨 진학은 인권 변호사라는 꿈도 있었지만 '이것 아니면 무엇으로 먹고사나' 하는 절벽에 떠밀리는 심경으로 선택한 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용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노동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사회의 편견으로 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축소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애 학생들은 기본교육 체계부터 장애인의 직업 선택 폭을 제약하고 있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또 개인 성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장애인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일체화하는 경향이 문제를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5~64세 장애인 고용률은 48.0%로 전년 대비 2%포인트 감소했다. 중증 장애인 고용률은 24.3%로 전년 대비 2.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인구 고용률이 65.8%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여파가 2배 가까이 작용한 셈이다. 작년 15~29세 장애인 고용률은 27.8%로 집계되며 30~39세(56.8%)와 40~49세(57.0%)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사고 등 후천적 이유로 장애를 얻는 사례가 많은 30대 이상 연령대에서 지체장애 등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장애 유형 비중이 높은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장애 학생들은 그와 별개로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받는 교육이 자신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아주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 이창훈 씨(22)는 "고등학생 때 다녔던 특수학교는 성인 시각장애인과 함께 배워 의료반과 인문반을 같이 운영했다"며 "인문반을 신청했지만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거의 배우지 못하고 맹인 안마사로서 필요한 안마와 침술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15~29세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발달장애(2019년 기준 64.4%)는 교육기관에서 방치되는 정도가 더 심하다는 증언도 나온다. 발달장애 미술가 최석원 씨(21)의 어머니 임은화 씨(51)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은 직장인에 대한 옷차림, 말투 등을 알려주는 이미지 교육에 불과하다"며 "내가 어떤 직업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에 대한 교육은 없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투게더' 등 공적 기관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일자리 품질이 열악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지체장애인 곽하람 씨(26)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졸업 작품 제작이 어려워지면서 휴학 후 워크투게더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는 일자리를 얻었다"며 "전공과 관련된 일자리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했지만 기본급여가 굉장히 적어 결국 나라가 주는 장애인 수당을 받으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사회적 편견을 깰 수 있는 일자리 개발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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