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는 북적, 우리 동네는 통제.. '주먹구구' 체육시설 운영에 시민들 혼란
"실내는 위험하다고 해서 운동이나 하려고 왔는데 아무것도 할 게 없다."
15일 오후 3시쯤 서울 금천구 금천체육공원 배드민턴장에서 만난 김모(69)씨는 씁쓸한 어투로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찾은 금천체육공원에는 총 다섯 개의 배드민턴 코트가 두 군데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중 하나의 코트만을 개방되고 나머지에는 안전띠와 현수막이 칭칭 감겨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다.
이날 개방된 코트 하나에는 사람이 몰려 ‘4대4’로 배드민턴을 쳤다. 구경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스무명이 넘는 인원이 셔틀콕 하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김씨는 "코트를 딱 하나만 사용할 수 있으니 사람이 더 밀집된다"면서 "안전띠로 휘감은 것도 도시 흉물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실내 체육시설에 대한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집 근처에서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로 발길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실외 공공 체육시설 운영에 대한 지침이 달라 시민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일부 자치구에서는 운동 시설을 장기간 방치해 흉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내 공원에 있는 체육시설과 관련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침은 ‘30% 이내 개방’이지만, 각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실외 체육시설을 얼마나 개방하는지는 결국 지자체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15일 금천체육공원에서 만난 김씨는 "여기는 열고 저기는 닫고 하면서 자치구별로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본다"면서 "공무원들에게 여러 차례 항의해봤지만,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체육시설 운영 방식이 다른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자체별 공원 소관 부서의 판단에 따라 체육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시 지자체에 따라 공원 체육시설을 둘러싼 개방 기준은 천차만별이었다. 15일 찾은 서울 금천구 금천체육공원의 경우 사방이 개방됐지만, 눈과 비 등을 막아줄 지붕 안에 있는 운동기구는 모두 이용이 금지됐다. 시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띠가 겹겹이 둘려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다 잠시 쉴 수 있는 정자에도 "체육시설 운영중단"이라는 안내 팻말과 함께 안전띠가 처져 있었다. 금천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밀접한 접촉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운동기구와 어르신분들이 모여 장기를 두는 정자는 방역 상의 이유로 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날 찾은 서울시 서초구, 동작구 일대의 공원에서는 지난 2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하된 이후로 안전띠가 모두 수거되고 깨끗한 모습이었다.
금천구와 달리 지붕 아래에 설치된 역기 운동기구도 이용이 제한되지 않아 세 명이 이용하고 있었다.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방배근린공원에서 만난 정대욱(64)씨는 "1주일에 네다섯번 공원을 온다"라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안전거리를 잘 확보하고 있어서 걱정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까치산공원에서는 배드민턴장 세 개가 모두 개방돼 각 코트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동작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배드민턴 코트마다 네 명 이하의 인원이 들어가도록 하고 취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만 지키면 이용할 수 있다"면서 "지자체 결정에 따라 모든 배드민턴장을 개방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외 스포츠의 경우 감염 위험이 크지 않은데도 강한 통제를 하게 되면 사람들이 실내로 몰리거나, 운동 시설의 개방 정도가 큰 지자체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외에서 운동할 때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실외에서는 자외선에 바이러스가 거의 생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방역대책본부나 서울시에서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통일된 지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지자체가 이용자 수를 줄이기 위해 실외 체육시설까지 규제하지만, 코트를 줄이는 조치는 오히려 밀집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지자체별로 다른 지침이 현장에서 혼란을 빚고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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