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국민의당의 구심력이냐, 김종인-금태섭의 원심력이냐

장나래 2021. 4. 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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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금태섭 회동, 신당 창당 관련 논의 가능성
국민의힘, 의총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추진 결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만났다. 금 전 의원은 신당 창당 등 야권 재편을 둘러싼 자신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합류 가능성을 열어두는 두 사람의 ‘제3지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이날 국민의당과의 통합 추진을 결의했다.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제1야당의 구심력과 제3지대로의 원심력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금태섭 만난 김종인 “당 안 만든다”지만…신당 창당 지원?

김 전 위원장과 금 전 의원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만나 1시간 동안 아침 식사를 함께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식사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4·7재보궐선거 때 금 전 의원이 오세훈 당시 후보 유세를 도와준 것이 고마워 밥 한 끼 (식사)를 (내가) 제안해 만들어진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회동이 끝난 뒤 신당 창당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을 만들 생각이 없다”며 거듭 손사래를 쳤다. 김 전 위원장 특유의 강한 부정인 “추호도 없다”는 표현도 나왔다. 본인이 창당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금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작업을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 둔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만남에서 향후 계획을 설명하며 김 전 위원장의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금 전 의원이 창당 구상을 밝혔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 전 의원이 국민의힘 주도의 야권 재편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김 전 위원장이 연일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두 사람이 힘을 합해 거대 양당의 밖에서 세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회동 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제3지대의 중도, 이런 당이 아니라 기존 정당을 대체할 당을 만드는 게 내 생각이다. 영국의 노동당이 자유당을 대체한 게 그 사례”라고 말했다. 민주당-국민의힘과 공존하며 경쟁하는 제3당이 아니라 거대양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제3지대라는 거는 없다. 무슨 제3지대가 있겠냐”는 김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김종인, 한달 전 ‘제3지대 안 된다’고 얘기해놓고…” 경계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바짝 경계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김종인-금태섭 두 사람의 신당 창당 가능성과 윤 전 총장 영입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제3지대가 대한민국에서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서 위원장께서 하신 글 속에 다 답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제3지대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은 김 전 위원장의 어록에 지금 벌써, 한 달도 안 된 어록 속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김 전 비대위원장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서울 명동을 찾아 민생 현장을 점검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과거 ‘제3지대’라는 얘길 많이 했지만 제3지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고 했다. 당연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와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단언이었다. 윤 전 총장의 제1야당행이 당연하다고 했던 김 전 위원장의 말이 재보선이 끝난 뒤 180도로 바뀌었다고 원 지사가 꼬집은 것이다.

당권 주자인 4선의 홍문표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분열하는 대열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함께 하는 어떤 논의를 한다는 건 상상하고 싶지 않다. 금태섭 (전) 의원이 무슨 생각으로 만나서 두 분이 이야기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역사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과 통합 결의하며 주도권 지키기 나선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의하는 등 한동안 흐지부지됐던 합당 논의에 속도를 냈다.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의총 후 브리핑에서 “의원들이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찬성했다"며 “반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합당을 전대 전에 하느냐 후에 하느냐는 결정 안 했다. (합당은) 상대가 있는 것이라 진행 상황을 봐야 한다. 원칙적으로 통합에 찬성한다는 결정을 하고 그걸 토대로 (합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권한대행은 현재 지역별로 합당 관련 의견을 수렴 중인 국민의당이 다음 주 주말께 뜻을 전달해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분 재산관계 사무처 직원 고용승계 등은 특별한 문제 없이 순조로울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오연서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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