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친문' 택한 민주당..윤호중 "개혁입법 중단없이 추진"

노현웅 2021. 4. 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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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104표로 박완주 큰표차 제쳐
선명한 개혁·안정 리더십 선택
친문 책임론·쇄신 요구 엇나가
"쇄신 기대했는데.." 당내 개탄
법사위원장 자리 '협상 시험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가 전임 김태년 원내대표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 주류인 4선 윤호중 의원이 문재인 정부 말기 174명의 의원을 이끌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탄탄한 당내 기반을 바탕으로 선명한 개혁 기조를 유지할 리더십을 선택했지만 여당에 재보선 참패를 안긴 민심과는 또다시 괴리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4·7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내부에서 분출하는 쇄신론을 감싸 안고, 밖으로는 야권과의 협상을 통해 민생개혁입법을 완성해야 하는 일이 윤호중 원내대표 체제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윤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04표를 얻어 박완주 의원(65표)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재보선 참패 이후 ‘친문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내 체질 전환과 쇄신을 강하게 주장한 박 의원이 힘을 얻는 분위기였지만, 당 사무총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거치며 안정감과 강한 개혁 성향을 인정받은 ‘윤호중 대세론’에는 역부족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인사를 통해서도 ‘흔들림 없는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빨리 재보선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개혁정당으로 함께 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 언론 개혁, 많은 국민들께서 염원하는 개혁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등 검찰개혁 시즌2에 대해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와 협의해서 추진 절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1963년생으로 서울대 학원자율화추진위원회 등 학생운동을 거쳐, 1987년 평화민주당 기획조정실 기획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어 21대 총선 당시 사무총장으로 공천에 관여하며 민주당의 대승을 이끌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보임하며 개혁 입법 추진에 힘을 보탰다. 대표적인 친문 정치인으로 이해찬 전 대표와도 가깝다.

재보선 참패 뒤 터져 나온 초·재선 의원들의 쇄신 요구에도 친문 중진인 윤 원내대표가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정치적 중량감’의 차이가 꼽힌다. 민주당 초선은 81명, 재선은 49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만 박 의원이 얻은 표는 초재선 전체의 딱 절반에 그쳤다. 한 초선 의원은 “또다시 친문 지도부로는 쇄신과 개혁의 메시지를 보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막판에 박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힘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원내대표는 대야 협상 등 실무 역할도 크다는 점에서 보다 안정적인 리더십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성 친문’인 윤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오르면서, 민주당이 재보선 참패로 표출된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문제 해결은 등한시한 채 거칠게 추진된 검찰개혁, 여당의 오만한 독주 탓에 민심이 등을 돌렸는데 윤 원내대표는 여전히 ‘선명한 개혁을 통한 돌파’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합동토론회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개혁이다. 협치는 우리가 선택할 대안이 아니다. 적당히 상임위를 나눠 가진 뒤 발목잡기 하는 것은 협치가 아니다”라고 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검찰총장의 대통령 인사권 침해”로 규정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위기감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고 쇄신 분위기도 있어 기대를 걸었는데 표 차이가 너무 크게 났다. 화살 한 발을 과녁 근처에도 못 보내고 허공에 날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윤 원내대표 선출로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 재선출을 두고 여야가 또다시 대치할 가능성도 크다. 국민의힘은 4·7 보궐선거 승리의 기세를 몰아, 원구성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칙적으로 1년 전 원 구성 때부터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 얘기했기 때문에 그 입장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원 구성 재협상은 없다”며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 법사위원장 선출이 윤호중 원내대표 체제 여야 관계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우상호(4선), 정청래(3선) 의원이 차기 법사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사 출신 송기헌(재선) 의원도 후보군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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