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상실의 시간'이란
이향휘 2021. 4. 16. 16:48
완경일기 / 다시 스타인키 지음 / 박소현 옮김 / 민음사 펴냄 / 1만6800원
사춘기, 임신, 완경. 대부분의 여자는 이 세 가지를 어김없이 겪는다. 모든 단계가 혼란스럽고 얼떨떨하지만 마지막 완경은 사뭇 다르다.
사춘기와 임신은 그 순간을 잘 견뎌내면 확실한 보상이 있다. 성숙한 여성의 몸과 섹스, 그리고 아기를 얻게 되니까. 반면 완경은 보상은커녕 상실만 안긴다. 생식력의 상실, 피부의 주름, 골다공증. 온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섬광 같은 열감과 참담한 기분은 덤이다.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완경 일기'는 미국 브루클린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가 자신의 완경기를 가감 없이 적은 글이다. 하루에도 열 번 가까이 시시때때로 닥치는 열감(flash)을 기록하면서 진폭이 큰 격한 감정을 생생하게 토해낸다.
열감은 새벽 2시 잠자는 중에도 덮쳤다. 그는 미친듯이 냉장고로 달려가 차가운 식재료를 꺼내 이마와 가슴, 배 부분에 마구잡이로 갖다 댔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이성을 잃고 분노하는 모습이 마치 전신 피부가 녹색으로 변하는 헐크와 닮았다는 고백에선 웃음이 새어나온다.
인간은 결국 죽고야 마는 필멸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인식에 다다른 그는 완경을 겪는 범고래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인류의 절반이 겪는 완경에 대한 경험을 이토록 세밀하고 깊이 있게 쓴 책이 있었나 싶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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