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노리는 필리핀, 암초 탐내는 브루나이..남중국해 패권전쟁의 비밀

서정원 2021. 4. 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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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대전 / 로버트 D. 캐플런 지음 / 최난경 옮김 / 글항아리 펴냄 / 1만7000원
2016년 8월 중국이 남중국해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적 도발을 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남중국해는 세계 두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 소재다. 남중국해를 두고 본격적으로 대립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건만 사태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최근까지도 뜨거운 문제다. 당장 이달 초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 동시 출격해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국이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구축함 마킨 아일랜드호를 투입해 9일 합동훈련을 펼치자, 중국이 이튿날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주축으로 하는 항모 전단을 투입해 맞대응에 나선 것.
여기까지만 해도 머리 아픈데 사실 남중국해의 이해관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대만·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해역을 접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주장하며 한 다리씩 걸치고 있는 탓이다. 저널리스트 로버트 D 캐플런의 책 '지리 대전'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이 같은 복잡한 지정학을 최대한 자세하게 해설해준다. 캐플런은 국제정치와 외교 분야의 유력한 전문가로, 그의 전작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는 새뮤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에 비견할 만하다는 평까지 받는다. 현재 뉴 아메리칸 시큐리티 센터 선임연구원이자 미국 해군사관학교 초빙교수로 있다.

저자는 중국·대만·필리핀·베트남 등 해당 국가를 직접 방문해 주요 현장을 취재하고, 각 나라 고위층과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남중국해에 대한 나라별 입장과 대응을 다룬다.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내용도 충실하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물론 가장 먼저 나오고 상세한 건 역시 '중국'이다. 저자는 남중국해가 중국에서 가지는 전략적 위상을 미국의 카리브해에 견준다. 미국은 20세기 카리브해를 제패함으로써 서반구를 지배하고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남중국해에 강력한 거점을 마련하면 중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이동하는 미 해군 7함대를 견제할 수 있다.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서태평양 제1열도선 포위망을 돌파하는 데도 유리하다.

남중국해에 매장된 천문학적 규모의 자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남중국해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70억배럴이고, 추정 매장량은 280억배럴에 달한다. 천연가스 매장량 추정치는 수백조 피트다. 또 남중국해는 교통 요지로서도 기능한다. 매년 화물 적재 상선의 50% 이상, 전 세계 해상 교통의 3분의 1이 남중국해 요충지들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80%는 남중국해를 통해 공급된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는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해 남중국해에 이미 수백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특히 남중국해 남부 해상에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영유권 경쟁이 제일 치열하다. 중국과 대만,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군도 전체가 각자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필리핀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여덟 개 섬에 대한 권리를, 말레이시아는 세 개 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 브루나이는 스프래틀리 군도의 남쪽 암초를 탐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섬들에 사람은 없고 헬기 착륙장, 해안포, 포병 진지, 막사 등 여러 나라에서 설치한 군사 시설물들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저자는 남중국해에서 미국 해군의 우위라는 옛 질서가 사라지고 중국 해군이 빠르게 힘을 키워 나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리적으로 훨씬 가까운 중국이 해군력마저 압도하는 상황을 가능한 현실로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적대 행위의 위험을 높인 것은 바로 새로운 세력의 등장으로 인한 현상의 변화였다. (중략) 현상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때 종종 전쟁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280쪽)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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