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폭언에 성희롱·성추행까지.. 고삐 풀린 경찰, 내부 고발 잇따라

김민정 기자 2021. 4. 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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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선 경찰들이 성(性) 비위, 폭행·폭언, 근무 중 음주 등 각종 일탈 행위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경찰관들의 선 넘은 일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내부 고발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문.

16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소속 일부 경찰관들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내부 고발이 제기돼 조사를 받고 지난 13일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상습적 직무유기, 업무기록 조작, 절도 등의 일탈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진정서에 따르면 관할 지구대에 근무 중인 A경사는 지난해 8월 말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술에 취한 노인을 깨워 보호조치 하는 과정에서 "XX놈아" "X같은 XX야" "나이 X먹고 말 X같이 하네" 등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B경위도 같은 혐의를 받았다. B경위와 같이 근무를 선 적이 있다는 한 경찰관은 "취객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면 B경위는 입에 담배를 문 채 쓰러진 취객을 발로 차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다가 취객이 저항하면 B경위는 취객에게 욕설하곤 한다"며 "폭행·폭언은 그만의 업무 매뉴얼이었다"고 말했다.

B경위는 근무 중 음주 행위로 자주 물의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지난해 11월쯤 신고가 들어왔으나 출동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스포츠토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월 동료의 외근 조끼 주머니에 있던 1만원을 훔쳐 그 돈으로 스포츠토토를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일러스트=정다운

◇ 폭행·폭언·성희롱에 ‘갑질’까지… 도 넘는 일탈에 내부고발 잇따라

최근 경찰 내부에서는 성희롱 피해와 비위 사실 등을 고발하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지난달 강원도의 한 여성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 동료 경찰관에게 성적으로 모욕을 당했다는 글을 올리며 피해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20쪽이 넘는 글을 통해 피해를 호소한 C경장은 "동료 경찰이자 전 애인이 또 다른 동료 경찰에게 자신과 성관계를 맺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줬다"면서 "허위 모텔영수증을 전 연인에게 보여줘 모텔로 찾아가 불법으로 폐쇄회로(CC)TV를 조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부하 직원들에게 직장 내 갑질과 폭행을 했다는 내부고발도 이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지난 1일 강남경찰서 D경정을 대기발령하고, E경감을 서울 시내 다른 경찰서로 전출한 뒤 감찰 조사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부하 직원에게 밥값과 술값을 대신 내도록 강요하고, 폭행과 폭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강남경찰서 소속 일부 팀원은 이들이 자신의 고향 후배를 좋은 보직에 앉히는 등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해양경찰청 소속 고위 간부가 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감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지난 9일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해경 직원들과의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 "여자는 전쟁 나면 위안부 피해자처럼 성폭력을 당하게 된다" "요즘엔 처녀가 없다. 여성의 속옷을 잘 안다"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공채 시험 문제를 내기 위해 출제위원들과 합숙을 하다 동료 여경들을 추행한 현직 해경이 직위 해제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지난달 ‘2020년 3차 해양경찰 공무원 채용시험’ 관련 출제를 하기 위해 모여 열흘 넘게 모든 외출이 제한된 상태로 합숙하던 도중 동료 여경 여러 명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문.

◇ 전문가 "공무원 조직 변하기 힘들어… 내부고발은 긍정적 신호"

전문가들은 경찰들의 일탈 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로 조직 내 처벌이 약하고, 비위 행위를 되풀이하더라도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변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조직의 갑질이나 비위 사건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처벌하고 파면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면서 "직장 내 문제점들에 대해 예방 교육을 하고 조직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채용 방식으로는 바람직한 경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성과 기질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을 뽑을 때 영어 시험에서 문제를 하나 더 맞히는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데, 과연 그게 시민이 바라는 경찰관의 자질과 관련이 있겠나"라며 "30년 정년을 보장하는 조직이 아니라 언제든지 물의를 일으킬면 퇴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최근 경찰의 비위 사실이 대부분 내부 고발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 교수는 "사회가 변하면서 아랫사람들도 변하는데 기득권층인 상사는 관성적으로 해오던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내부고발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상사로서의 권위와 권위적인 행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조직에 포진되어 있어 내부에 있는 조직원들이 외부로 표출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부고발이 많을수록 경찰 개개인의 어두운 부분이 조명되면 조직 자체도 밝아질 수 있다"면서 "내부고발에 대한 보호장치가 지금보다 더 강화되고, 한국도 미국처럼 경찰 일탈이나 비리를 감시하는 외부 감찰 기구를 따로 두는 등 조치가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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