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행복·소통..GDP가 말하지 않는 것들

이용건 2021. 4. 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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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받이 경제학 / 얀 물리에 부탕 지음 / 서희정 옮김 / 돌베개 펴냄 / 1만6000원
국내총생산(GDP)은 경제성장도만 측정할 뿐 분배·환경·행복 등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 효율성과 수치로만 표현되는 지금의 경제학이 과연 인간의 삶을 위한 지표라고 할 수 있을까. 프랑스의 경제학자 얀 물리에 부탕의 책 '꽃가루받이 경제학'은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다.

상품을 생산해 화폐와 교환하는 기존의 경제 시스템은 이제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 경제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지식·정보·감정·소통 등 인간의 인지 능력이 자본 축적의 동력이 되는 '인지자본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다. 부탕은 네트워크상에서 이루어지는 인지활동의 가치는 경제 지표 등으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수천 배 크다고 주장한다. 결국 노동시간당 생산량으로 환산되는 경제 가치는 이제 정확하지 않으며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치'는 사회적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인지 능력으로 창출된다는 진단이다.

여기서 '꽃가루받이' 개념이 나온다. 생태계가 번창하는 조건은 꿀벌이 생산하는 꿀(부의 생산과 채집)이 아닌 수많은 익명의 꿀벌들이 의도치 않게 수행하는 꽃가루받이(pollination·기여)에 있다는 주장이다. 인지자본주의는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수행하는 인지 활동과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네트워크들이 '꿀벌'들의 자발적 지적 활동에 기반하여 기업 수익의 원천을 생산하는 대표적 기업들이다.

산업자본주의나 금융자본주의 같은 기존의 포식자 경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지만 부탕은 인지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측면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물경제를 압도하고 있는 금융경제는 가상의 신용을 바탕으로 더욱 덩치를 불리고 있다. 2007년 집을 담보로 했다가 발생한 미국발 글로벌 경제 위기처럼 인지자본주의는 금융의 가상화를 극단적으로 밀어불일 수 있다. 부탕은 생태 경제, 금융거래세 부과 등을 주장한다. 환경 보호와 방만한 금융 유동화의 폐해를 막고 세원을 바탕으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진다면 플랫폼 자본주의 안에서 활발한 꽃가루받이 활동이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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