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5함 사고 해역 도착하자 "미안해 사랑해" 눈물의 진도 바다

오지혜 2021. 4.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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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유족들 그날 그시간 생각에 오열 
요새 꿈에 잘 나오지 않아 이곳 왔는데..
딸 학생증 만지던 엄마 참던 눈물 쏟아
"엄마랑 오빠는 잘 지내니까 걱정 마라"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유가족들이 선상 추모식을 진행하며 오열하고 있다. 진도=뉴스1
미안해! 사랑해! 보고 싶어!

16일 새벽 1시 20분 가로등만이 텅 빈 거리를 비추는 가운데 두터운 옷을 껴입은 이들이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서 남쪽으로 3.3㎞ 떨어진 곳이다. 이들은 7년 전 이날 서해바다에서 자식과 손주, 조카를 잃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30분까지만 해도 희생자들은 살아 있었다. 이들은 세월호가 가라앉기 전,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었을 그 시각에 사고 해역에 도착할 생각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에 세월호 침몰 지점을 나타내는 부표가 설치돼 있다. 진도=연합뉴스

전남 목포에 도착하자, 노란 천으로 묶인 나무들이 유족들을 환영하는 듯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바다 쪽으로 향하니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출항 준비를 마친 3,000톤급 해군 함정 3015함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1일 선상추모식에 3015함 대신에 3009함이 지원되자, 유족들은 탑승을 거부했고, 결국 추모식은 열리지 못했다. 3009함은 참사 당시 해군 지휘선으로 함정 헬기에 구급 환자가 아닌 해경 지휘부를 태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3015함에는 희생자 13명의 유가족 22명과 지인, 취재진 등 59명이 탑승했다. 유가족들은 챙겨온 우황청심환을 나눠 먹으며 긴장된 마음으로 배에 올라탔다. 남편과 함께 배에 오른 고(故) 박정슬양의 외할머니 전모(67)씨는 "정슬이가 첫 손주라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살고 한 방에서 지냈다"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를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보고 싶어. 꿈에라도 찾아와줬으면 좋겠어.
단원고 2학년 10반 박정슬양의 외할머니 전모씨

3015함은 승선이 완료된 오전 7시 10분부터 빠르게 부표를 향해 나아갔다. 바닷길로 52마일(96㎞)에 달하는 거리였지만, 파고가 0.5~1m로 잔잔해 목표 시간 안에 참사 해역에 도착했다. 세월호 참사 지역을 표시해 놓은 부표가 보이기 시작하자, 유가족들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져 갔다. 배 전체에도 침묵이 흐르면서 긴장감이 돌았다.

추모사 낭독을 위해 나선 故 이호진군의 아버지 이용기(52)씨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일곱 해가 됐다. 우리 아이들이 갔던 날이라 오늘은 참 특별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선상에서 △책임지고 침몰 원인을 밝힐 것 △아이들의 죽음에 차별이 없게 할 것을 요구했다.

구해주지 못해 미안해. 앞으로 꿈에 제발 나와줘.
사랑해. 너무 그리워.
단원고 2학년 10반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씨는 그날 숨진 모든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넋을 기렸다. 아이들 이름이 하나 둘 불리자 유족들은 멍하니 사고 해역을 응시하다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부표를 향해 헌화가 시작되자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엄마가 미안해’ ‘보고 싶다’ ‘사랑해’ ‘엄마 아빠를 용서해줘’…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손을 부들부들 떨었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한참을 오열하기도 했다. 함정이 부표를 한 바퀴 돌자 유족들은 충혈된 눈으로 서로를 토닥거리며 위로했다. 유족들 마음은 여전히 7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유가족들이 사고 해역을 찾아 오열하고 있다. 진도=뉴스1

故 김아라양의 아버지 김응대(59)씨도 아내 곽양숙(58)씨의 손을 꼭 붙잡았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스트레스로 아내가 마음뿐 아니라 시력이 감퇴하는 등 몸이 좋지 않아 돌보고 있다"며 "아이를 잃은 후 지금까지 정신 없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엄마 아빠가 좀 더 챙기지 못해
널 죽음으로 이끈 것 같아 마음이 아파.
엄마·오빠하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단원고 2학년 9반 김아라양의 아버지 김응대씨

故 정다혜양의 어머니 김인숙(58)씨는 딸의 학생증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슬픔을 억눌렀다. 몇 해째 참사 해역을 찾아오고 있다는 김씨는 딸의 생일인 1월부터 참사가 난 4월까지 우울증에 시달린다. 특히 4월에는 좀처럼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다. 2015년 암이 재발해 운명을 달리한 남편이 저 세상에서 다혜양과 잘 지내길 바랄 뿐이다. 김씨는 "우리 똥강아지에게 엄마랑 언니 걱정 말고 친구들하고 잘 있으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아빠하고도 잘 지내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고 정다혜양 어머니 김인숙씨가 다혜양의 학생증을 보여주고 있다. 진도=오지혜 기자

이날 열린 선상 추모식에는 2014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단식을 한 '유민 아빠' 김영오(53)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부터 전남 무안에서 '아피오스(인디언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가 사고 해역을 찾은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에 오면 유민이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만 같아 오지 않았다"며 "몇 해 전부터 유민이가 꿈에 잘 나오지 않아, 이곳에라도 오면 나올까 싶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진상 규명에 좀더 힘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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