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덕분에'가 '김종인 때문에'로

이혜영 기자 2021. 4. 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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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교집합 키운다..'제3지대' 견제하며 합당 논의 속도낼 듯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왼쪽)이 4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김종인 덕분에'를 빠르게 지워 나가며 태세 전환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을 "노욕의 정치기술자" "구악" 으로 칭하며 후속 정치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통합 의지를 재확인 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반(反) 김종인'이라는 구심점을 두고 결합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김 전 위원장이 금태섭 전 의원 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연대하면 야권 판세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속도전'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야권은 '국민의힘+안철수' vs '김종인 전 위원장+α'로 대치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야권 내 주도권 쟁탈과 보수층 지지세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하다.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언제 최종 결단을 내릴 지, 또 윤 전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따라 야권 내 힘의 균형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야권 통합 앞두고 '반(反) 김종인' 기류 커져 

김 전 위원장은 보궐선거 이튿날인 지난 8일 국민의힘을 나오며 쏟아지는 박수와 함성 속에 감사패를 받아들었다. 양측의 '덕분에' 유효기간은 여기까지였다. 퇴장과 동시에 언론 인터뷰로 전면에 나선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아사리판", 안철수 대표를 향해서는 "건방지다"는 혹평을 내놨다. 양 당에서도 선전포고와 함께 김 전 위원장을 향한 센 발언을 쏟아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선거가 끝난 지 고작 일주일 남짓 만에 저주의 막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탐욕적 당 흔들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행태를 꼬집으며 "가능성 높은 대선주자를 헌팅(사냥)하여, 마치 자신이 도와주면 대권을 차지할 수 있는 것처럼 현혹시켜, 과도한 정치적 청구서를 내밀고, 청구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또 다시 떨어져 나가 총질하는 기술자 정치"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거취를 고심 중인 윤 전 총장을 향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 또한 김종인 덫에 걸려, 야권을 분열시키고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는데 동참한다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3지대' 창설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정권 창출이 가능할 것 같으냐"며 "대선을 앞두고 급조한 떴다방 정당으로는 정권을 창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국민의당도 김 전 위원장의 아킬레스 건인 과거 사건을 언급하며 직격했다. 구혁모 최고위원은 15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의 놀부 심사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며 '입시 코디네이터'라고 칭하기도 했다. 앞서 구 최고위원은 김 전 위원장이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뇌물수수로 징역형을 받은 점을 언급하며 "범죄자"라는 비난도 퍼부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커지는 반(反) 김종인 교집합…통합 탄력받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서 동시다발로 '반 김종인'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통합을 앞둔 '교집합'은 한층 커졌다. 관건은 통합 시기다.  

일단 국민의힘은 16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절차를 계속 이어가기로 결의했다. 다만 새 지도부 선출 전에 통합을 할 지, 아니면 전당대회 이후 통합할 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는 23일까지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내주 주말께 구체적인 합당 시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기 사퇴를 선언한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안 대표와 물밑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여 예상보다 일찍 합당 논의가 마무리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위원장이 금 전 의원과 회동을 갖는 등 외곽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김 전 위원장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3지대는 없다"며 신당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신당 창당 이후 측면 지원 여부와 윤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뒀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금태섭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통합을 추진하는 국민의힘을 재차 '도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에 이겨서 이 사람들이(국민의힘 내부가) 상당히 붕 떠 있는 상황"이라며 "제발 좀 무엇이 선거 승리 요인이었는지 제대로 분석해서 대선까지 지지를 유지할지 노력했으면 한다"고 쏘아붙였다.

합당 움직임에 대해서도 "솔직히 서울시민들이 국민의힘, 국민의당 통합하라고 오세훈 시장 당선시켜줬나"라며 "그런 식으로 선거 결과를 해석하면 별 희망이 없다"고 단언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금태섭 전 의원이 4월16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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