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 걱정이라면 못난이 농산물 다시보기
거리두기로 가정에서 해결하는 끼니가 부쩍 늘어났는데, 농산물 가격마저 올라 식료품비 비중이 커져만 간다. 쌀 10kg이 예전보다 1~2주 빨리 소진되고, 채소는 가격표를 다시 보게 될 만큼 밥상 물가 고민이 지속된다.
그래서 쌀을 온라인 구매할 때 ‘저가순’으로 검색해 보았다. 1~2만 원 저렴한 가격들이 눈에 띄어 상세설명을 보니 ‘못난이 쌀’ 같은 설명이 있다. 혹시 맛이 없는 건 아닐지 잠시 갈등이 생겨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정보들을 두루 찾아봤다.
형태나 색깔, 신선도, 건조도, 숙도나 선별 상태 등 품질 구분의 기준을 미달하는 비규격품들에 ‘못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못난이 쌀은 추수나 도정 과정에서 알갱이가 예쁘지 않아 선별된 C급 쌀이다. 신선도나 영양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구매해 보니 알갱이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밥맛은 가격에 비해 실망스럽지는 않다. 대접해야 하는 밥상이 아니라면 가족끼리 저렴한 백미로 끼니를 해결하기에 부담 없다.
못난이 과일은 평소에 자주 구매하고 있는데, 모양이 예쁘지 않고 간혹 버려지는 게 있긴 해도 맛있는 과일이 꽤 많았다. 형태가 많이 변형된 것은 청을 담그거나 주스로 만들어 먹는 활용책도 유용해 재구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생각은 대부분의 구매자들에게서 공통된 부분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2월, 2000명을 대상으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 및 인식’을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못난이 농산물에 대체적으로 긍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전반적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71점이었다. 맛과 식감,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집 근처 모든 상점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구매처 접근성이 아쉬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못난이 농산물 기획전을 자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못난이 농산물을 정상가의 절반에 판매하는 행사가 있었다.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도 등장했다. 못난이 농산물 거래를 체계화해 농민의 추가 수익과 소상공인의 비용 절감 등을 이끌어 내는 게 목표인 곳이다. 그중 벤처기업 비굿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협업을 거쳐 못난이 딸기를 카페와 외식업체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또 수출 규격이나 내수 유통 기준에 맞지 않아 그동안 헐값에 처분됐던 다양한 못난이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거래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간 유통 없이 보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다.
그동안 수출 농가들은 못난이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요처가 없어 자체 폐기하거나 부정기적으로 헐값에 판매해 왔다. 그러다 작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못난이 농산물’을 가공식품으로 변모시켜 수출 농가 지원에 나섰다. 농산물 비규격품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관련업체 등 11개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딸기의 경우 이미 2020년 3월부터 가공화 사업이 진행되어 못난이 딸기를 연간 500톤 규모로 제품화한다. 또 4개 품목의 못난이 농산물 가공상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버려지는 농산물을 재가공해 다양한 가공식품과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는 ㈜지구인컴퍼니를 우수 벤처·창업기업인 ‘이달의 A-벤처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못난이 농산물 활용이 농식품 벤처와 농식품 산업을 이끌어 갈 하나의 아이디어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못난이 농산물이 뜻밖의 품목으로도 변신했다. 유기농으로 재배해 품질은 좋지만 조금 상처가 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화장품으로 업사이클링한 뷰티 브랜드가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상승했고 지난해 1월(1.5%) 이후 오름폭이 가장 크다. 이러한 시기에 못난이 쌀과 같은 못난이 농산물은 소비자에게 저렴한 구매 기회가 될 뿐 아니라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이는 가치 소비가 될 것이다.
농가 소득 향상과 가정의 알뜰 밥상,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석삼조의 가치가 있는 못난이 농산물을 더 많이 알리고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기업, 농가가 협업하며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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