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월성원전 5400배 발암물질 배출은 왜 말 안할까?

김정수 2021. 4. 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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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에너지와 지구][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일본 "월성원전 삼중수소 배출 더 많다"
탄소-14 등 위험물질 배출은 말 아껴
스트론튬-90 비교하면 월성 5400배 넘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들어서 있는 2011년 원전사고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 정부는 최근 이 속에 저장돼 있는 125만t의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 원전 트리튬(삼중수소) 방출량이 일본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중진인 사토 마사히사 외교방위위원장 겸 외교부회장이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허세 그 자체”라고 조롱하며 트위터에 쓴 글입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출을 두고 “중국이나 한국이 바다에 방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알리며, 한국 월성 원전의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이 23조Bq(베크렐)로 일본이 오염수로 매년 배출하려는 22조Bq보다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방류 결정에 반발하는 주변국에 대한 일본 정치권의 오만한 태도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법 합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배출량은 매년 다르지만 23조Bq이 바다로 배출된 적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2016년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작성한 ‘2016년 환경방사능 조사 및 평가보고서’의 액체 방사성 물질 배출량 자료를 보면, 이 해 월성원전에서는 22조9000억Bq의 삼중수소가 액체로 배출됐습니다. 일본이 약 125만t의 오염수를 30여년간 나눠서 배출할 때의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 22조Bq보다 다소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월성원전은 일본이 오염수 125만t 방출을 모두 끝내기 전에 수명을 다하고 폐쇄돼 삼중수소를 더는 배출하지 않게 되지만,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서는 월성원전이 폐쇄된 뒤에도 오염수가 계속 발생할 것이란 점은 큰 차이입니다. 후쿠시마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오염수가 하루 평균 140t 가량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서 삼중수소를 계속 앞세우는 것은 진짜로 중요한 문제에서 눈을 돌리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골수에 축적돼 혈액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스트론튬(Sr)-90, 삼중수소보다 반감기가 466배 길면서 어류내 생물농축계수는 5만배나 높은 탄소-14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사실 핵연료봉까지 녹아내린 최악의 사고에서 발생한 오염수와 정상적인 원전 운영 과정의 배출수를 일본이 먼저 비교하자고 하는 것은 의외입니다. 원전 원자로의 정상적 핵분열 과정에서 일본의 원전사고에서와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아닌 한 연료봉, 피폭재, 격납용기 등 여러 단계로 차단돼 환경 중으로 나오는 것은 극미량입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는 이런 차단벽이 모두 무너져 방사성 물질들이 지하수와 뒤섞여 지금도 오염수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탄소-14와 스트론튬-90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탄소-14에 대해 프랑스 원자력안전방사선방호연구소(IRSN)는 “세포DNA에 유입되기 때문에 방사선 생물학 관점에서 흥미로운 물질이다. 이로 인해 DNA가 손상되면 분자 분열이 일어나 세포가 망가지거나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오염수에 적용하고 있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삼중수소뿐 아니라 탄소-14도 처리하지 못합니다. 일본은 그럼에도 탄소-14의 농도가 기준치 이내여서 처리를 하지 않고 방류해도 괜찮다는 입장입니다. 도쿄전력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후쿠시마에 저장돼 있는 오염수 125만t 속 탄소-14 평균 농도는 42.981Bq/L입니다. 최고 농도도 215Bq/L이어서 배출기준(2000Bq/L)에 한참 못미칩니다. 하지만 문제는 농도가 아니라 총량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속 탄소-14 총량은 평균 농도를 적용해 계산하면 약 537억Bq에 이릅니다. 일본이 삼중수소만 떼어 비교한 월성원전의 2016년 방사성 물질 배출량 자료를 보면, 월성원전의 탄소-14 배출량은 4억1700만Bq이었습니다. 일본 오염수 속 함유량이 120배 이상 많고, 일본이 30년에 나눠 배출한다고 해도 월성보다는 매년 4배 이상 더 배출하게 되는 셈입니다.

스트론튬-90은 더 심각합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돼 있는 오염수에는 1L 당 스트론튬-90이 최대 43만3000Bq, 평균 3355.342Bq 함유돼 있습니다. 평균 농도로도 배출기준치(30Bq/L)의 100배가 넘는 고농도입니다. 총량으로 계산하면 약 4조Bq이 넘습니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를 다시 돌려 삼중수소 이외의 배출기준 초과 방사성 물질을 모두 배출기준치 이하로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일본이 기존 다핵종제거설비 처리로 이런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전문가 우려와 달리 일본이 어렵사리 이 약속을 지킨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 오염수 속 스트론튬-90 함량을 배출기준에 맞춰도 총량으로는 여전히 375억Bq가량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계획대로면 30년간 연간 12억5000만Bq씩 바다로 들어가게 되는 셈입니다. 월성원전의 2016년 스트론튬-90 배출량 22만8000Bq의 540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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