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쇄신 갈림길서 도로 '친문'..'文정부 개혁 완수' 방점
친문 2선 후퇴론 잠잠..당 쇄신 요구 동력 잃을 수도
당정청 '원팀' 기조 공고화 속 개혁입법 가속도 붙어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21대 국회 2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16일 '친문 당권파'로 분류되는 4선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된 것은 당심(黨心)이 쇄신보다는 문재인 정부 개혁 완수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놓고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의 갈림길에 선 민주당이 '도로 친문'으로 회귀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진행된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총투표수 169표 중 104표를 얻으며 65표에 그친 박완주 의원을 누르고 174석 거여(巨與)의 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과 함께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대표 공백 속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며 당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책무도 맡게 됐다.
1년 임기로 사실상 문재인 정부 마지막 여당 원내대표를 뽑는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쇄신 의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렸다.
4·7 재보선 참패 후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는 가운데 친문 당권파 대표주자인 윤 원내대표와 비주류 쇄신파를 상징하는 박 의원의 맞대결 구도였기 때문이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친문 주류인 윤 의원의 우세를 예상하는 시각이 다수였지만 박 의원이 초선을 중심으로 한 쇄신 요구를 등에 업고 예상 밖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가 박 의원을 큰 표차로 따돌리고 이변은 없음을 증명함에 따라 친문 주류의 당내 역학구도는 변함이 없음이 증명됐다는 평가다.
서울대 재학 중 학생운동에 투신한 윤 원내대표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이자 친문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지난 4·15 총선 공천 과정을 주도했으며 180석의 압승에도 기여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을 맡아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이끌어왔다. 야당 반발에 맞서 쟁점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친문 강성'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친문 2선 후퇴론 등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특히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출마한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 모두 친문 주류 또는 범친문으로 묶이는 인사들이어서 새 지도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도로 친문당'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아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민주당의 지나친 '조국 수호'에 대한 반성 등 초선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쇄신론까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쇄신보다는 개혁 완수에 방점을 찍어 왔다.
그는 이날 경선 결과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조국 수호' 반성 논란과 친문 강성 당원들의 지나친 언행 등의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윤 원내대표는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그 문제에 대해서 더 말씀을 드려야 하느냐"며 언급을 피했다.
이른바 '문자폭탄'으로 대변되는 강성당원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이나 폄하 발언 같은 것은 삼가서 의견이 다른 당원들 사이에서 우리 당이 공존할 수 있는 민주 정당을 꽃피워달라"며 원론적 입장을 취했다.
윤 원내대표 당선으로 친문 주류의 힘을 재확인한 민주당은 앞으로 쇄신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개혁과제 완수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도 이날 당선소감과 정견발표를 통해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윤 의원은 당선소감을 통해 "빨리 보선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개혁정당으로 함께 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코로나 위기와 민생 위기를 시급히 벗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고, 우리당이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되도록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정견발표에서는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며 "속도조절, 다음에 하자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 검찰·언론 개혁 등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청 관계도 대통령 임기 말 당 우위의 관계 재정립 대신 '원팀' 기조를 공고히 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당정협의를 제도화해서 당 중심의 강력한 당정청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당의 정책 역량을 강화해서 4기 민주 정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친문 강성 원내사령탑 등장으로 여야 관계도 경색 심화가 예상된다. 당장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법사위원장 등 원구성 재협상에 대해 응할 의사 자체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내에 (후임 법사위원장) 적임자를 찾겠다"며 "이미 작년에 원구성 협상이 마무리됐고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이 모두 이뤄졌다. 더 이상 그 문제로 여야 관계가 파행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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