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 진입 막은 고덕동 아파트 일부 주민, 기사에 '문자 폭탄'→결국 문앞 배송

이동준 2021. 4. 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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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차량 지상 진입을 전면 금지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문자메시지 폭탄'을 보낸 정황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쏟아지자 택배기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14일 세대별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 단지 앞 배송을 실시한 뒤 몇명 입주민들이 택배기사에게 항의성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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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 "택배기사들 정신적 고통 호소" / '문앞 배송' 하지만 더 큰 행동 나설 것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16일 공개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입주민들의 문자 메시지. 뉴시스
 
배달차량 지상 진입을 전면 금지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문자메시지 폭탄’을 보낸 정황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쏟아지자 택배기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16일 택배기사들이 이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받은 일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14일 세대별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 단지 앞 배송을 실시한 뒤 몇명 입주민들이 택배기사에게 항의성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택배노조가 공개한 입주민들의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한 입주민 A씨는 “분실되면 책임질건가요”라는 문자메시지를 한 차례 보낸 뒤 오후에도 “지상으로 다닐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길 부탁드리며, 본사에도 같은 내용으로 지속 민원 넣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언론) 보여주기에 제 택배 이용하는 건가”, “빨리 갖다 달라, 어제 분들은 거의 다 받은 것 같은데 제건 왜 안 주나, 부피가 커서 (언론에) 이용하시는 건가”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B씨는 그 다음 날도 길 위에 놓인 자신의 택배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이거 제 것 같은데 왜 아직 저기 있나요”라는 내용의 따지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에게 수많은 항의 전화와 문자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참여한 택배노동자들 중에는 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앞서 진 위원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조합에서는 아파트 단지 앞 배송을 더 진행했을 경우 조합원들에게 정신적으로 매우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주동적 조치로써 아파트 단지 앞 배송을 일시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오전 밝힌 바 있다.

이후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세대별 배송을 다시 하기로 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문앞 배송' 재개 기자회견. 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조합원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더 많은 노동자가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해 더 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택배노조는 이어 오늘부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아파트 앞에서 무기한 농성과 촛불집회를 열며 “‘공정과 정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동참을 끌어낼 것”이라며 “택배사는 즉시 해당 아파트를 배송 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18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와 2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노동부를 향해서도 택배노동자들의 산업 안전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이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라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차량이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단지 안에서는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택배노조는 이같은 행동을 ‘갑질’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조치와 요구사항이며 결정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아파트 측에서는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 기간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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