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전쟁 땐 미국은 진다"..미국 '대중국 불안'의 근원 [전희상의 런던 책갈피]

전희상 경제학 박사 2021. 4. 1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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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보좌 했던 전문가의 현실진단

[경향신문]

크리스천 브로즈
<킬 체인>

2018년 사망한 존 매케인은 200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맞붙은 거물급 정치인이었다. <킬 체인> 저자 크리스천 브로즈는 오랜 기간 매케인의 안보 및 군사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매케인이 상원 군사위원장 자리에 있을 때는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는 공무원과 전문가 집단 수장으로 일했다. 군사위원회는 국방예산 심의를 주도하기에 이 기간 브로즈는 미국 국방정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특히 매케인과 브로즈는 미·중전쟁이 발발한다면 알려진 것과 달리 미국이 패배할 수 있다는 현실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쟁은 여러 이유로 촉발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떤 경우든 전장은 중국에 인접한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형성될 텐데, 중국 군사전력은 이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전투기,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주요 군사자원 다수는 멀리 떨어져 있다. 전력 보강에 수주가 소요될뿐더러 수송·보급 과정에서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은 개전 후 즉각 위치추적시스템(GPS)의 교란을 시도할 것이고 미군의 지휘통제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나설 것이다. 동시에 중국의 미사일 공격은 일본, 괌 등에 배치된 미국의 전진기지를 초토화시킬 것이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미·중 간 워게임에서 대부분 패했다고 한다. 전력 배치상황과 전쟁 시나리오를 고려해 본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브로즈는 이런 상황 인식에 입각해 미국의 대중국 국방정책의 전면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미국은 더 이상 세계 모든 지역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지배력 확장 저지라는 방어적 목표에 주력해야 한다.

새로운 전략은 무기체계의 대폭적 혁신을 요구한다. 브로즈에 따르면 미군은 개별무기, 정찰장비, 지휘통제시스템 사이의 호환성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다양한 장비와 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정보의 통합관리를 위해 일부 부대에서는 정보를 구글 지도에 수동으로 입력해 공유하고 있다는 믿기 어려운 목격담을 제시하기도 한다. 미국 IT 기업의 성공사례를 본받아 이러한 비효율을 제거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정보 수집, 의사결정, 작전 수행을 망라하는 킬 체인의 정확성, 속도, 파괴력을 압도적으로 개선해 급속 발전하는 중국 군사력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브로즈의 핵심 주장이다.

바이든 시대에도 계속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이 군사적 현실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쟁이 외교의 또 다른 모습인 만큼 외교나 무역정책 역시 군사적 대결구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의 견제정책과 발맞추어 영국 역시 중국 신장지역 인권상황 비판에 나서는 등 캐머런 총리 시절의 친중 기조를 폐기하고 견제와 대립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은 영국처럼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으면서도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또 다른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미·중 사이 군사적 대립관계가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을 제시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전희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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