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있었는데, 없었다'..TBS 규정집에서 빠진 '제작비 지급규정'

지난해 TBS 규정집에는 '대외비'로 제작비 지급규정 표기 / 지난 12일 게재한 새로운 규정에서는 없어 / 윤한홍 의원 "의도적인 은폐시도" 비판 / TBS, '제작비 지급규정' 공개 전환된 규정집 홈페이지에 게재

지난해 8월 나온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 규정집’의 ‘제2편 규정 및 내규’ 항목 ‘방송제작’ 단락의 ‘제작비 지급규정’ 페이지. 이 페이지에는 ‘제작비 지급규정(대외비)’이라고만 적혔다. 이는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TBS 규정집 캡처

 
TBS 교통방송이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TBS 규정집’에서 이전에 ‘대외비’라는 안내로 포함됐던 ‘제작비 지급규정’ 항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규정집에는 감사 관련 내용 등이 담겼으며, TBS 측은 ‘어떤 의도도 없다’는 해명과 함께 관련 내용이 공개 전환된 규정집을 홈페이지에 이후 다시 게재했다. TBS의 연간 전체 예산의 70%가량은 서울시 출연금이다.

세계일보가 16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TBS 규정집’ 자료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나온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 규정집’의 ‘제2편 규정 및 내규’ 항목 ‘방송제작’ 단락에는 ‘제작비 지급규정’이라는 제목의 페이지가 있다.

제작비는 출연료와 원고료 등 콘텐츠 제작에 직접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한다. 라디오 방송의 경우 사회자는 일일 100만원, 출연자는 30만원의 상한선이 있다. 다만, 참여자의 인지도와 지명도, 전문성 등을 고려해 상한액을 초과 지급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집 발간일이 지난해 8월인 점으로 미뤄 TBS 재단 출범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해당 페이지에는 ‘제작비 지급규정(대외비)’이라고만 적혔다. 이는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TBS가 이달 12일 홈페이지에 새로 게재한 규정집에서 이러한 내용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포함됐던 ‘외주제작 운영규정’과 ‘방송 심의규정’ 내용은 방송제작 항목 아래 그대로 남아있다.

TBS 교통방송이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TBS 규정집(오른쪽)’에서 이전에 ‘대외비’라는 안내로 포함됐던 ‘제작비 지급규정’ 내용(왼쪽의 빨간 네모 첫 번째 항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외주제작 운영규정과 방송 심의규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TBS 규정집 캡처

 
그러자 일각에서는 최근 방송인 김어준씨 등을 둘러싼 출연료 지급 논란을 회피하려 외부에 공개되는 규정집에서 관련 내용을 아예 지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해 지난해 2월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별도의 재단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재정 대부분을 시 출연금에 의지하는 만큼 불투명성 지적도 나온다.

이에 윤 의원은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은폐시도”라며 “규정이 공개되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의 TBS가 김어준 방탄 방송사로 나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TBS 교통방송은 논란 직후, ’제작비 지급규정’이 공개로 전환된(빨간 밑줄) 규정집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TBS 규정집 캡처

 
논란이 일자 TBS 측은 “규정집 목차에서 ‘제작비 지급 규정’이 빠진 건 지난 3월 규정심의위원회를 통해 개정된 특수자료 취급 내규, 인사규정 시행 내규, 시청자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내규 등이 담긴 규정집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대외비로 분류돼 목차만 남아있던 항목을 실무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한 것일 뿐 어떠한 의도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TBS가 새 규정집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건 지난 4월12일로 일부 언론들이 김어준 씨의 출연료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13일보다 하루 빠른 시점”이라며 “언론 보도로 관심이 모아지기 전에 은폐 시도를 하는 건 시점 상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 삭제된 내용도 ‘제작비 지급 규정’이라는 단 7글자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TBS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대외비’로 규정되어있던 ‘제작비 지급 규정’을 공개 항목으로 돌려 16일 오후 5시30분 TBS 홈페이지에 게시했다”며 “법인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항목별 세부적인 금액은 타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정보공개청구에서도 비공개대상임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