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접는 씨티은행 미래는?..고객불편 불가피
[경향신문]
한국씨티은행이 일반 소비자 대상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소매금융 사업 부문의 정리 방안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사업을 매각할 것인지, 점진적으로 철수 단계를 밟을 것인지를 놓고 금융권에서도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아직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기존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본사와 논의를 거쳐 조만간 열릴 이사회 등을 통해 방향을 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씨티은행이 자산관리(WM)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매각방침을 세우고, 일부 대형 금융지주와 지방 금융지주, 제2금융권이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소비자금융 가운데 WM과 렌딩(여신영업)에서 역대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내 소매금융에서 한국씨티은행이 차지해 온 비중이 미미한 점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의 개인·소매 금융 부문 당기순이익은 2018년 721억원에서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으로 매년 50% 이상 줄었다. 한국씨티은행의 개인·소매금융의 자산 규모는 17조원으로 전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전날 밤 사내 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이사회가 함께 추후 가능한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한국씨티은행의 대출, 예금 상품과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오던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대출 자산은 24조7000억원, 개인 고객이 맡긴 예수금은 27조3000억원이다. 씨티카드의 회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개인과 법인이 각각 104만8000좌(계좌)와 4만8000좌로 집계됐다. 한국씨티은행의 점포는 2017년 점포 통폐합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39개가 남아 있는데, 이번에 추가적인 점포 축소 조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고객들에게 위험이 되는 상황은 없도록 하겠다고 한국씨티은행은 거듭 강조했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지점 영업, 콜센터 등을 포함한 대고객 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예정”이라며 “향후 고객들의 은행 이용에 불편함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세부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이행해 나갈 계획으로, 향후 서비스에 변경내용이나 기타 필요한 조치가 있는 경우 고객들께 상세히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의 ‘고용 문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수는 3500명이며, 이중 소매금융 부문 임직원은 939명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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