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학교 자가검사키트' 추진에 교육계 "반대", 학부모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학교 현장에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자 교육부와 교원단체는 시기상조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학부모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검사의 정확도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사 주기와 방식, 대상 등 세부 사항에 대해 현장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서울 관내 학교 현장에 키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선언 차원의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에서는 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은 15일 자정께 "코로나19(COVID-19) 자가검사키트를 학교에 시범 적용하려는 계획을 철회해달라"며 성명서를 냈다.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은 "자가검사 키트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행정적 부담을 주게 돼 교육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도 비슷한 입장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현재 키트 도입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키트의 정확도가 낮고 학교에 업무를 더하는 방식이라면 반대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서울의 자가검사키트를 콕 집어 우려를 나타냈다.
유 부총리는 15일 '학교방역 강화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 모두발언에서 "신속항원검사 방식의 자가검사키트는 검사 정확도에 대한 논란이 크고 자칫 학교에 방역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절차적 허가도 돼 있지 않다. 많은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의견이 갈렸다. 서울 모 초등학교 학부모 A씨는 "그나마 학교가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는 곳이다보니 굳이 키트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검사를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없다보니 결국은 학부모나 학교에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종시 모 초등학교 학부모 B씨는 "요새는 학교가 안전해서 보낸다기 보다는 '걸려도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아이를 등교시키게 된다"며 "최근 학내 감염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키트가 도입된다면 조금이라도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한 후 결과를 확인하는 제품이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가 나와야하기 때문에 주로 15~30분 내에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키트로 자가검사키트를 만든다. 단, 정확도가 떨어져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 콧속 8~9cm까지 면봉을 넣어 채취하는 비인두도말 검체를 사용하지만 일부 자가검사키트 중에는 타액(침), 코 안쪽면 분비물 등을 이용해 양성·음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있다. 해외의 경우 약국뿐 아니라 일반 마트, 홈쇼핑 등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자가검사키트 허가를 신청한 업체도, 허가를 받은 업체도 없다. 식약처는 임상시험까지 마친 자가검사키트가 개발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자가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들을 조건부 허가를 통해 우선 사용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실제 학교 적용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설사 키트의 정확도가 높아지더라도 이를 어떻게 시행하는 지에 따라 현장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 아무리 검사 방법이 쉽더라도 스스로 키트를 조작하기 힘들기 때문에 담임교사나 보건교사, 혹은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사 주기, 방법, 주체, 비용 부담 문제, 결과 수합 여부 등 각종 변수에 대한 세부사항에 따라 반발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견 수렴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시는 관내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시교육청과 협의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키트 시범운영에 대한 협의 요청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19일 열릴 서울시의회 전체 회의에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오 시장이 공식적인 첫 대면을 하면서 이와 관련한 언급이나 공감대 형성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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