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그 시간, 그 날씨, 그 해역에서..세월호 유가족 '선상 추모식'
[경향신문]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바다 위로 하얀 국화 꽃잎이 흩어졌다. 7년 전 이곳에서 자녀를 잃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바다를 향해 꽃을 던지면서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22명, 유가족 지인과 자원봉사자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에도 어김 없이 사고 해역 인근에서 ‘선상 추모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전남 목포해경 전용 부두에서 해양경찰청의 3000t급 3015경비함을 타고 출발했다. 참석자들은 3시간20분을 달려 96㎞ 떨어진 사고 해역에 도착해 추도사 낭독과 묵념을 하며 추모식을 시작했다. 행사가 개시된 오전 10시30분은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4m 높이의 뱃머리 부분만 남긴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시점이다.
사고 지점에는 노란 부표가 떠있었다. 해양수산부가 2015년 세월호 사고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설치해둔 것이다. 부표 뒤로는 맹골도, 서거차도, 동거차도가 보였다.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인 동거차도까지는 약 3.3㎞ 거리였다.
고 이호진군의 아버지이자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대변인인 이용기씨(52)는 추모사에서 “오늘은 아이들이 갔던 날이고, 날씨도 그때와 비슷하다”며 “목이 메이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침몰 원인 등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사고 직후 가족들을 분열시켰던 경기도교육청은 4·16민주시민교육원 출범과 관련해 우리 단체의 면담 요청을 묵살하고 다른 가족 단체의 의견만 받아들이며 또다시 가족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이름을 1반부터 10반까지 순서대로 부른 뒤, 함정 우측 난간쪽에 서서 사고 지점을 향해 국화를 던졌다. 일순간 곳곳에서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는 바다를 향해 “사랑해” “보고 싶다”고 외치기도 했다. 한 아버지는 한참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에 쥔 꽃을 놓지 못했다. 헌화를 한 뒤에도 유가족들은 꽃잎이 파도에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한참 동안 우측 난간을 떠나지 못했다. 급기야 어머니 2명은 갑판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고, 유가족 지인과 자원봉사자들도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현장에는 2014년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단식을 한 ‘유민아빠’ 김영오씨(53)의 모습도 보였다. 3년 전 광주에 정착한 김씨는 선상 추모식 참석이 처음이라고 했다. 오전 11시25분 함정은 다시 목포해경 전용 부두로 향했다. 한 아버지는 부표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쓸쓸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유족들은 오후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도착해 두 번째로 헌화했다. 세월호 앞으로 가는 길, 몇몇 가족은 1학년 수련회 단체 사진 앞에서 희생 학생의 얼굴을 찾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진도|오경민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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