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살인마를 응원하게 되는 아이러니 [TV와치]

박은해 2021. 4. 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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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아저씨 아니었으면 나 지금 여기 없을 거예요. 벌써 죽었겠죠? 죽을 때까지 비밀 지킬게요. 엄마한테도, 봉이 언니한테도요. 약속. 완전 다 잊을 거예요. 레드 썬. 정말 정말 고마워요."

4월 15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극본 최란/연출 최준배) 13회에서 아동성범죄자 강덕수(정은표 분)에게 납치돼 죽을 뻔한 어린 소녀 유나는 그를 살해한 정바름(이승기 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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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니었으면 나 지금 여기 없을 거예요. 벌써 죽었겠죠? 죽을 때까지 비밀 지킬게요. 엄마한테도, 봉이 언니한테도요. 약속. 완전 다 잊을 거예요. 레드 썬. 정말 정말 고마워요."

4월 15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극본 최란/연출 최준배) 13회에서 아동성범죄자 강덕수(정은표 분)에게 납치돼 죽을 뻔한 어린 소녀 유나는 그를 살해한 정바름(이승기 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바름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영원히 비밀로 간직하겠다고 약속했다. 잔인한 살인마 정바름은 적어도 유나에게만큼은 구원자였다.

성요한(권화운 분)의 전두엽을 이식받은 후 살인 본능이 깨어난 정바름에게 대니얼(조재윤 분) 박사는 상위 1% 싸이코패스인 프레데터 처단을 제안한다. 그런 식으로 정바름이 살인 충동을 풀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정바름은 살인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우형철(송재희 분)을 우발적으로 살인한 후에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강덕수까지 죽이고 난 후에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정바름은 대니얼 박사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로 판명된 수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이재식의 숨통을 끊기 위해 나섰다. 극 중 시민들은 강덕수 같은 인간은 죽어 마땅하다며 강덕수 살인범에 대한 수사를 멈춰달라고 경찰에 강하게 요청했다. 쓰레기 같은 범죄자를 잡아 죽이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사람들에게 응원받는 아이러니. 살인은 분명 끔찍한 범죄이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정바름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이유는 '마우스'가 반영하고 있는 현실이 때때로 일반 국민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강덕수 캐릭터 모티프가 된 범죄자 조두순은 심신 미약 감형으로 고작 12년 형을 선고받고 멀쩡히 출소해 사회에 나왔다. 당시 법원의 판결이 국민들의 법감정에 비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피해자는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전자발찌는 극 중 강덕수가 훼손했던 것처럼 언제든지 쉽게 끊어질 수 있다.

드라마보다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바름의 행동이 분명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심정적으로 그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살인을 옹호하고, 살인마를 응원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렇게 '마우스'는 살인마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을 풍자하고 실제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러나 살인은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중범죄이며, 죽어 마땅한 사람은 있지만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는 없다. 비록 정바름이 극 중에서 흉악 범죄자들을 죽여 응원받고 있으나 사회 제도 안에서는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시청자를 살인마 캐릭터에 심정적으로 동화시키는 데 성공한 '마우스'가 이 민감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앞으로 전개가 주목된다.

(사진=tvN '마우스'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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