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걸림돌 해결되나.. 정부 "인니와 'KF-21' 분담금 협상 곧 재개"

지난 9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생산공장에서 공개된 한국형전투기 KF-21(보라매) 시제 1호기. 연합뉴스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와의 개발분담금 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 방한을 계기로 지지부진하던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으로, 이번 협상 재개로 KF-21 사업이 본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프라보워 장관 방한(7∼9일) 때 실무자급 레벨에서는 빨리 협상을 진행하자고 합의했다”며 “분담금 관련해서는 바로 협상할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서한 등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했다가 작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철수한 114명의 기술진도 하반기엔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기술진들도 올해 하반기에 한국에 다시 와서 공동개발을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인도네시아 측이 KF-21 전체 개발비(8조8000억 원)의 20%인 1조7338억 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는 단계별로 개발비를 분담하기로 했으나, 지난 2월까지 내야 하는 8316억 원 가운데 2272억 원만 납부하고 6000여억 원을 연체한 상태다. 올해 지급돼야 할 분담금까지 합치면 액수가 8000억 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미납을 포함해 KF-21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업 전반에 차질이 우려됐다. 협상이 재개되면 KF-21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현재까지 연체된 분담금의 지급 시기 및 방식과 관련한 논의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측이 경제난 등을 이유로 지급을 미뤄왔던 만큼 ‘분할 납부’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방사청 관계자도 “인도네시아가 경제가 어렵다고 해 한꺼번에 받는다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 “우리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급 스케줄을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20%로 합의된 분담금 비율 조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현지의 전투기 생산시설 건립 여부 역시 공동개발 의지를 가늠할 또 다른 잣대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사업과 관련해 치열한 검토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아무래도 그대로 사업을 이어가야겠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지난 9일 출고식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영상으로) 인사를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KF-21 보라매를 생산하는 KF-X 체계 개발사업은 개발비 8조6000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가 18조6000억 원에 달해 ‘건군 이래 최대사업’으로 불리웠다.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총사업비를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KF-X 사업을 추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생산공장에서 열린 KF-X 시제 1호기 출고식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초음속 전투기로, 세계 8번째 쾌거”라며 “2028년까지 40대, 2032년까지 모두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F-21 보라매로 명명된 이 시제기는 설계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이 국내 기술진 주도로 이뤄졌다. 길이 16.9ｍ, 높이 4.7ｍ, 폭 11.2ｍ로 미국 전투기 F-16보다는 조금 크고 F-18과 비슷하다. 방사청은 양산 1호기를 기준으로 국산화율 6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