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살해 혐의 40대 "내가 죄인? 무슨 죄?"..법정 횡설수설

부친 살해 혐의 40대 "내가 피고인 맞냐"
이달 30일 국민참여재판 준비기일 예정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80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두 차례 연기된 이후 열린 1차 공판에서도 "내가 피고인이냐"고 되묻는 등 횡설수설을 이어나갔다.

1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존속살해 등 혐의를 받는 김모씨의 1차 공판을 진행하려 했지만 김씨가 재판에 제대로 임하지 않아 공판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날 초록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저번에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느냐"고 답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재판부가 "저번에 모른다고 해서 확인하려고 오늘 속행한 것이다. 국민참여재판 받을 생각이 있느냐"고 재차 묻자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을 위해선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말에 김씨는 "변론을 신청한 적이 없다, 내가"라고 말하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선 김씨 의사와 상관없이 선임된 국선변호인을 접견해야 한다고 말하자 김씨는 "왜 (변호인을) 접견을 하라는 거냐", "내가 피고인이냐, 어떤 죄가 성립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현재 수감돼 있는 구치소에서 변호인을 접견하면 안 되느냐는 재판부 요청엔 "(변호인 보고) 뭘 변론하시려고 하는 거냐"고 말했다.

결국 재판부는 김씨가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공판준비기일을 이달 30일에 열기로 했다.

앞서 김씨의 1차 공판도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지난달 열렸던 공판에서 김씨는 "보니까 국선변호인도 접견 못했다고 하는데 왜 못 봤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그냥 안 했다"고 대답했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고 묻자 "그게 뭐냐"고 되물은 적도 있다.

이에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은) 판사가 혼자 진행하는 재판이 아니라, 판사가 있지만 배심원들도 재판에 참여해서 공소사실을 다루는 재판"이라며 "배심원들에 의한 재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씨는 "지금 재판하는데 배심원은 없냐"고 말했다.

이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피고인이 변호사와 만나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견을 잘 읽어보기를 바란다"며 재판을 오늘로 연기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5일 오후8시께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부친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당일 경찰은 약 2시간 뒤 노원구 한 모텔에서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저를 죽이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