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과로사..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앵커]
초소를 지키며 편하게 일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아파트 경비원들이 과로로 쓰러지고 있는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경비원이 과로사한 아파트 중에는 갑질과 고용 문제로 논란이 됐던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있었습니다.
유호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대표 고가 아파트인 압구정 현대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이나 불안한 고용문제가 그동안 언론에 여러차례 다뤄졌습니다.
[KBS 뉴스/2014년 11월 7일 :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했는데 그동안 치료를 받아오다 오늘 끝내 숨졌습니다."]
[KBS 뉴스/2014년12월04일 : "나머지 경비원들이 대량 해고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이 곳에서 10년 넘게 일한 경비원 58살 김모 씨가 퇴근길에 사망했습니다.
김 씨는 휴게시간에 일을 했는데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소송 중이었습니다.
[이기석/압구정 현대 전직 경비원 : "와이프가 운전하니까 옆에 자리에 앉아서 가고 있다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거죠. 가까운 병원으로 갔는데 벌써 심정지가 돼가지고..."]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과로사라고 판정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격일제 근무 형태로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연속 24시간 중 11시간을 쉰다고 명시됐지만, 실제로 쉰 시간은 4시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영득/변호사/김 씨 법률대리인 : "24시간 교대제 근무, 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던 문제, 이런 열악한 근무 조건이 고인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경비원의 사업주인 용역업체는 김씨가 지병이 있었고 휴게시간을 보장했다면서도 과로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김 씨가 일했던 아파트에서 한 경비원의 하루를 지켜봤습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이중·삼중 주차까지 하는데, 경비원이 직접 차를 빼주고 주차 공간도 정리합니다.
혼자서 관리하는 차가 110여 대.
["0□□□. (네)0□□□ 나오려면 1△.1△△△."]
주차 관리에 더해 분리수거와 택배 또 각종 민원으로 초소를 벗어날 수 없어 휴게 시간에도 제대로 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수면 역시 초소 안 비좁은 침상이나 의자에 기댄 쪽잠이 전붑니다.
[김영채/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 "밥 먹고 뭐 이런 거 상관이 없어요. 멀리 나가 있으면 안 되는 거야. 화장실에도 전화 와서 나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는데..."]
취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는 또 한 명의 경비원이 사망했습니다.
[김영채/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지난 2월 : "기자님. 내가 저기 전해드릴 게 있어서. (예. 말씀하시죠.)명절날 몰랐는데 (경비원)OOO 씨가 집에 들어가다가 돌아가셨구만."]
과로사 가능성이 있었지만, 유족은 지금으로선 고인의 과로사 인정 절차를 진행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그래픽:김관후 김수현
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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