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진퇴양난'인데 계속 싸움만 거는 당·정

유병훈 기자 2021. 4.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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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재 중 만난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위험은 감내하겠다며 사뭇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여당이지만, 정작 새로운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구상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론 서울 아파트값이 또다시 오르겠지만, 중·장기에는 공급이 이뤄져 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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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만 주야장천 때릴 때는 언제고, 이제는 대출·세금 규제를 풀겠다고 난리네요. 그런데 또 선거 때 풀어준다던 재건축 규제는 이제 와서 풀지 말라네요? 무슨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최근 취재 중 만난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4·7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에 압도된 당·정은 일부 규제 완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무주택자·청년 등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한 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까지 경감·유예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말들이 나온다.

시장에서 반길 것 같았지만, 반응을 들어보니 의외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규제를 완화하면 최소한 단기간에는 시장의 불안정이 더 커질 것이란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특히 대출 규제는 최근에야 진정된 부동산 시장을 다시 뒤흔들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은 사실 정부·여당이 자초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문제는 공급이 아닌 투기 수요"라며 대출·조세 규제를 대폭 늘려놓고, 적시에 이뤄져야 할 공급은 오히려 계속 줄였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옥죄면서 수요자들이 선호할만한 서울 내 공급은 크게 줄어들었다. 공급 절벽 우려에 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자, 규제를 유지하지도 완화하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이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위험은 감내하겠다며 사뭇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여당이지만, 정작 새로운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구상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론 서울 아파트값이 또다시 오르겠지만, 중·장기에는 공급이 이뤄져 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의 오버슈팅이 두렵다고 그대로 뒀다가는 5~6년 후 부동산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경고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하며 문재인 정부와 선 긋기에 나섰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비롯된 심판의 물결이 서울을 휩쓸어 오 시장이 압도적으로 당선되자 서울시 안팎에서 민주당의 발목잡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에게 견제구를 던지며 신경전을 시작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서울시가 정부의 기조에 협력해야 한다며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오 시장에게 "주택가격 안정화 ‘노하우’를 공개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마치 주택가격을 불안정하게 만든 장본인은 정부·여당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까다로운 수술을 앞둔 중환자 앞에서 의사의 손발을 묶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진정 집권 세력으로서의 책임감이 있다면, 자신들의 과오에 새 서울시장을 끼워 넣지 말고 서울시장의 새 시정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당정이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대승적인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생각으로 중지를 모아나가길 바란다. 앞으로 1년가량 남은 서울시정이 그 첫 시험대이자 수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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