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었어도 아이들의 봄은 오지 않았다

김중미 2021. 4. 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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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그림

새 학기가 시작되고 공부방에 1학년 신입생이 왔다. 1학년들은 학교에 갔다 오면 담임선생님, 친구들, 학교급식 이야기로 수다가 그치지 않는다. 유치원 때부터 쓴 마스크는 이미 한 몸이 된지라 떠드는 데 거리낌이 없다. 아이들은 이모 삼촌들이 다른 친구의 공부를 봐주는 동안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도 친구들 말을 들으며 기다리는 법도 알아간다. 함께 블록놀이와 보드게임을 하고, 밖에 나가 술래잡기와 공놀이를 하며 소통하는 법, 양보, 배려, 협동을 배운다.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공부방까지 혼자 걸어온 아이는 우쭐해서 자기가 얼마나 용감한지 알아주길 바라고, 친구와 만나 손잡고 온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슬기로운지 알아주길 바란다. 또래들 혹은 두서너 살 많은 언니 오빠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은 노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코로나19가 그 기회를 앗아갔다는 것을 1학년 신입생을 보며 다시 느낀다.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들은 확실히 활기가 넘친다. 1, 2학년뿐 아니라 다른 학년들도 줌 수업에 익숙해져서 수업 내용을 기억하고 오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공부방도 여전히 전 학년이 다 같이 모여서 하는 프로그램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함께하는 미술 시간, 산책 시간을 늘리고, 중등부도 조심스럽게 영화교실을 시작했다. 봄이 되자 아이들은 강화로 소풍을 가자고 조른다. 강화 집 둘레에 생강나무 꽃과 진달래가 피자 골짜기에 가득하던 아이들의 웃음과 수다가 그립다.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3월 말쯤엔 초등부 아이들과 강화 나들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거리두기가 또 연장되었다. 시무룩한 아이들의 얼굴에 마음이 무겁다.

개학하고 2주 만에 인근 초등학교에 확진자가 생겼다. 확진자와 접촉이 의심되는 세 개 학년의 학생과 교직원이 모두 진단검사를 받고 수업은 원격으로 전환되었다. 공부방도 그날 담당이었던 상근자들이 진단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초등부를 쉬었다.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다. 그러나 확진자가 나온 학년과 학급은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공부방 아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다. 보호자들이 직장에 나가야 하는 집은 비상이 걸렸다. 공부방에는 다른 아이들이 계속 와야 하니 보호자들이 휴가를 내거나 아이들끼리 있어야만 했다. 엄마들의 한숨이 땅에 깔렸다.

서로 견제하는 데 몰입하는 교육 구성원들

지난 팬데믹 기간 공부방에서는 지역의 청소년상담센터와 연계해 상담을 진행해왔다. 공부방에 다니는 아이들의 형편이 대체로 어렵지만 그렇다고 심리 상담이 필요한 어린이·청소년들이 몰려 있는 것은 또 아니다. 다만 공부방은 아이들이 처한 위기를 좀 더 빨리 알아챌 수 있고, 가정과 학교 사이의 소통과 중재가 어느 정도 가능해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물론 학부모들이 큰 부담 없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양질의 공공 상담센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은 교육청, 지자체,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전문센터와 양질의 지원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 그런데 그 공간과 프로그램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않아 서로 겉돌고 소외된다.

팬데믹의 가장 큰 피해자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상황은 더 나빠지는데, 학교와 교육 당국 안에서는 담임교사, 교과교사, 보건교사, 상담교사, 돌봄전담사, 정규교사, 기간제 교사, 장학사와 현장 교사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견제하며 갈등을 빚는다. 교육 구성원끼리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문제를 해결해가기보다 누구의 권한이 더 큰지, 누가 더 업무 부담이 큰지, 이에 대한 혜택은 누가 받고 책임은 누가 지는지를 두고 갈등한다. 도대체 이 난제를 누가 풀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김중미 (작가·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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