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망언을 해도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이상원 기자 2021. 4. 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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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사람을 '캣맘'이라고 한다.

쓰레기나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캣맘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릇에 쥐약을 놓거나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지만 애초 먹이를 주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도 여겼다.

'공감 능력'이란 걸 타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직간접으로 경험해봐야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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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사람을 ‘캣맘’이라고 한다. 쓰레기나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캣맘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화단이나 거리 한편에 놋쇠그릇이 놓여 있으면 혀를 차곤 했다. 그릇에 쥐약을 놓거나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지만 애초 먹이를 주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도 여겼다. 지난해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부터 캣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음이 줄어들었다. 직접 먹이를 주지는 않지만 캣맘의 마음을 이해 못하지는 않는다. ‘공감 능력’이란 걸 타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직간접으로 경험해봐야 공감할 수 있다. 지난해 인터뷰한 한 작가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들으면 ‘저 사람은 장애인 친구가 없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터진 설화를 보며 공감에 대해 생각했다. 인터뷰에서 “부잣집 자제분, 가난한 집 아이”라고 달리 호칭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2위 후보는 2016년 “동성애법은 하느님의 섭리,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친구가 많고, 아마 ‘가난한 집’ 아이나 ‘동성애’자를 친구로 만들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난하거나 동성애자인 친구가 있다면 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이들의 발언은 대세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못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두 사람 중 하나가 서울시장이 될 것이다. 부잣집 사람들과 동성애 혐오자들뿐만 아니라 수백만 서울시민들이 이들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다.

ⓒ연합뉴스

학교는 소수자를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고 가르치며, 그렇게 배운 이들은 소수자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선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소수자를 모욕하고 비하하는 사람도 정치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 시장은 대통령이 되고 수차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당 대표도 직을 유지한다. 종교 문제나 지역 갈등처럼 다수파의 의사가 확고한 사안에서 정치인들은 소수파를 짓밟아서라도 그들의 표를 얻으려 한다. 의사를 관철한 다수파는 그들에게 몰표를 던진다.

유권자는 유독 관대하다. ‘시청자’나 ‘누리꾼’은 방송을 폐지시키고 출연자를 하차하게 만드는데, 정치인은 망언을 해도 유유히 성공적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소수자들은 점점 친구가 없어진다고 느낀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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