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철수] "내 대출 어쩌나".. 소비자 '좌불안석'
씨티은행이 국내 소매금융 부문을 정리하겠다고 밝히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용 중인 금융상품이 언제 종료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출 만기 연장이 안 되면 급격한 자금난에 빠질 수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이 다른 금융사로 매각될 경우 대출 만기 연장 조건이 까다로워지거나 신용카드 상품군이 정리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5일 씨티은행 본사인 씨티그룹은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은행으로 공식 출범한 지 17년 만이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강화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씨티은행의 각종 금융상품을 이용 중인 개인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향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된다"고 했지만, 상품 이용이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다른 금융사보다 소비자 혜택이 좋은 상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을 틀어막는 것과 달리 씨티은행은 한도를 넉넉히 주기로 유명해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씨티은행에서 직장인 신용대출을 이용 중이라는 한 소비자는 "올해 11월에 만기가 끝나는데 연장이 안될까 봐 걱정이 앞선다"며 "타 은행 대환대출도 생각 중이지만 워낙 금액대가 커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씨티 프레스티지 카드를 쓰고 있다는 소비자는 "이런 혜자카드(혜택을 많이 주는 카드)가 없다"며 "결국 다른 카드로 갈아타야 할 텐데 이만큼 혜택을 주는 카드를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재 씨티은행이 보유한 원화예수금은 22조원, 원화대출금 잔액은 20조원 규모다. 대출의 남은 만기는 1년 이하가 12조원으로 가장 많고, 5년 초과가 3조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1년 초과~3년 이하가 2조7000억원, 3년 초과~5년 이하가 1조2000억원 규모다. 씨티카드를 이용 중인 개인 소비자는 105만좌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부문을 통째로, 또는 나눠서 다른 금융사에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한다 해도 기존 금융상품을 계약기간까지 이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은행이 인수·합병됐는데, 그때마다 기존 소비자 모두 가져가는 조건이었다"며 "현재 씨티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그대로 상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사마다 상품 운영 기준이 다른 만큼, 대출 만기 연장이 까다로워지거나 기존 신용카드 상품이 단종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규정이 달라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인수한 은행 규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 역시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상품 정리의 범위 등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새 회사의 색깔을 입혀 상품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만큼 기존 카드들은 서서히 단종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사업 재편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객과 임직원 모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검토해 실행할 예정"이라며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감독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 하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 역시 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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