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19→348→90→41→265→194.
이 숫자들의 단위는 미국 달러다. 각각 지난해 말→1분기 최고(1월27일)→100달러 아래로 추락(2월2일)→올해 1분기 최저(2월19일)→3월 최고(3월10일)→ 가장 최근(3월22일)의 주가다.
어느 주식인지 맞히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임스톱(GME)이다. 이 주식을 2월 초에 주당 90달러에 샀다고 치자. 사고 나서 불과 2주 3일 만에 반토막이 났다.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3주를 버텨 3월 중순이 되니 주가는 매입 가격의 세 배로 뛰어올랐다.
필자도 처음엔 ‘저런 주가의 움직임을 다른 데서 본 적이 있었던가’라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해석이 불가능한 현상으로 결론 내리며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모든 현금(배당)들을 현재 가격으로 환산(할인)해서 합친 값을 펀더멘털이라고 한다. 주가가 펀더멘털 주변에 머무르는 시장을 ‘효율적 시장(efficient market)’이라고 부른다. 주가가 펀더멘털에서 벗어나면 차익거래(arbitrage)의 기회가 생긴다. 차익거래자들은 주가가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로 회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주가가 펀더멘털보다 낮으면 주식을 사고 높으면 공매도한다. 이것이 바로 차익거래 전략이다.
주식을 사려는 세력이 크면 주가는 오른다. 주식을 매도하려는 세력이 크면 주가는 내린다. 모두 펀더멘털로의 회귀다. 이렇게 차익거래가 이루어지는 덕분에 주가는 펀더멘털에서 크게 오래도록 벗어나지 않는다. 차익거래는 효율적 시장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장치다.
주가가 단기적으로 펀더멘털에서 벗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수급의 변화다. 또 시장에 어떤 새로운 뉴스가 도착하면 몇 차례 가격조정 과정을 거쳐야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간다.
타이완의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TSMC가 가뭄으로 인해 생산성이 반으로 줄어들 것(가상의 수치다)이라는 예측을 실은 뉴스가 시장에 도착했다고 치자. 그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가 5000원 올라야 할지 3000원 떨어져야 할지 시장에서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다만 시장의 효율성이 높다면 새로운 정보를 반영한 적정가격을 찾는 데(가격 발견)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게 된다. 여기까지가 교과서에 나오는 ‘효율적 시장’과 관련된 핵심 내용들이다.
그러나 게임스톱 주가의 ‘광란적 변동성(적당한 표현이라고 본다)’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시장은 자주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효율적 시장의 틀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 자주 포착되는 것이다. 저런 주가 움직임을 두고 ‘사람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은 미래 배당의 기대가치와 기대확률을 이용한 예측을 가중평균한 뒤 그 값을 현재 주가와 비교해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까다롭게 설명해봤자, 이런 이야기를 누가 믿겠는가. 심지어 해당 기업이 20년 후에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현금이 얼마일지 지금 이 시점에서 예측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터이다.
‘이야기’가 만들어낸 게임스톱 주가 움직임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런 식의 접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경제의 주된 동력은 인간의 합리성보다는 불안감과 자신감, 착각 등 불안전성이나 비이성적인 면에 있었다. 그가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고 명명한 이 같은 성질들은, 효율적 시장 이론이 주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시장이 아주 오랫동안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상태에 머무르게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와 조지 애컬로프 교수 같은 행동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이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가정’에서 벗어나 야성적 충동을 직접 모델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스톱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오늘 주목할 부분은 야성적 충동을 이루는 한 요소인 ‘이야기’ 서사, 또는 내러티브(사실이나 허구를 이야기하는 구조적 형식)에 관한 것이다. 이야기는 게임스톱 사태가 자주 ‘영웅 무용담(saga)’이라는 표현과 합쳐져 통용되는(GameStop Saga) 이유가 된다. 이야기는 바이러스와 같아서 입소문을 타고 ‘전염되는 성질(바이럴·viral)’을 강하게 나타낸다. 특히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 등과 결합하면 훨씬 강화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실러 교수는 이미 그의 저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서 어떻게 투기적 버블이 촉발되고 증폭되는지, 여기에 인터넷 등 정보기술 혁명이 어떤 작용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 바 있다. 그가 2017년에 미국 경제학회에서 학회장으로 행한 연설인 ‘내러티브 경제학’은 그 연장선상에서 ‘대중 내러티브’가 ‘바이럴’을 통해 ‘경제 내러티브’로 전환되면, 주가가 펀더멘털에서 크게 벗어난 상태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힘에 의해 주가가 극단으로까지 밀어붙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750만 회원을 거느린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금융시장 정보를 공유하는 토론방) 같은 플랫폼은 동호인 단체가 내러티브를 형성, 발전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그 내러티브를 적극 퍼뜨리는 것을 용이하게 해준다. 이런 요소들이 1500만여 명이 사용하는 온라인 증권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Robinhood)와 결합된 결과가 우리가 최근에 보고 있는 게임스톱의 주가 움직임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이중처리이론(dual process theory)에 기반해서 인간의 두 가지 사고체계를 소개한다. ‘시스템 1’로 명명된 체계는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빠른 사고체계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시스템 2’는 논리적이고 많은 노력이 수반되는 사고체계다.
게임스톱 사태는 많은 사람들의 시스템 1을 촉발시킨 훌륭한 사례다. 사람들이 엄청난 규모의 돈, 심지어 전 재산의 운명이 걸려 있는 일들을 즉각적이고 빠르게 결정하는 경우가 실제로 꽤 있다. 이런 사실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카너먼 교수는 대형 은행의 최고투자책임자(CIO)조차 수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육감적’으로 결정하는 사례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과거보다 감정이 우리의 직관적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이야말로 중요한 발전이다. CIO의 이러한 결정은 오늘날 판단과 의사결정이 숙고나 논리와 상관없이 호불호의 감정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의 사례이다(〈생각에 관한 생각〉 21쪽).”
그러나 실러 교수에 따르면 투기자산들에 투자하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에 바탕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사회적 행동(social activity)’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직접적으로 전해 들은 정보에 기반해 투자하는 성향이 강한데 이 같은 성향은 심지어 기관투자자나 펀드매니저 같은 투자 전문가에게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수준이 높거나 재산이 많을수록 주식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요인뿐 아니라 투자 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하며 누군가의 투자 성공이나 실패에 대해 한담을 늘어놓는 즐거움도 주식투자를 하는 이유가 된다. 사교적인 사람일수록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주식투자 관련 정보의 습득과 함께 단지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의 즐거움(pleasure from talking) 때문에 주식투자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교육이나 소득수준을 통제한 조사로 봐도, 교회에 다니는 등 이웃들과 소통이 활발한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주식투자를 할 가능성이 4%포인트 높았다. 특히 조사 대상을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은 백인으로 한정할 경우 사교적인 사람의 참여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8%포인트나 더 높았다. 웹이나 앱 기반 거래로 대표되는 정보기술의 발전은 사교적인 사람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도록 더욱 독려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람들의 상호 교류를 크게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여기에 ‘사교승수 효과(social multiplier effect)’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게임스톱 주식과 관련해서 ‘밈 주식(meme stock)’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가 자주 언급된다. 밈은 어떤 개체나 집단에서 특정한 성질이 언어, 모방 등 비유전적 속성을 통해 다른 개체로 전이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책에서 처음 쓴 말이라고 한다. ‘밈 주식’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을 뜻한다. 그러니 ‘밈 주식’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식시장과 관련해 이야기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여름 미국 재무학회 회장 연설에서 행동경제학의 대가인 데이비드 허슐라이퍼 교수는 ‘사회적 전이 편향(social transmission bias)’을 내재화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을 들고나왔다. 큰 틀에서 보면 이는 야성적 충동이나 내러티브 경제학의 아이디어가 확장된 것이다. 그의 논문은 개인들이 서로 관찰하고 대화하는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 또는 사교 행위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사고나 행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사회적 전이 편향을 통한 정보 왜곡’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정보의 체계적인 왜곡
좀 더 구체적으로, 사회적 전이 편향이란 사람들 사이에 정보가 옮겨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체계적인(systematic) 왜곡’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유쾌했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어느 정도의 과장을 섞게 되거나 혹은 ‘내가 옛날에 꽤 잘나갔다’고 떠벌리면서 자신의 과거를 좀 더 화려하게 치장하는 행위 등은 ‘사회적 전이 편향’의 흔한 사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전이 편향이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편향이지 특정한 일부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이런 편향들은 그 체계적인 성질로 인해 ‘사회적으로 발현(social emergence)’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단지 개별적 편향들의 총합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성질을 갖는다. 예를 들어, 군대 개미들(army ants)은 무리를 지어 ‘집단적으로’ 움직일 때 계속 앞의 개체들을 따라가다 땅에 파인 구멍 속에 빠져 죽을 때까지 행군을 멈추지 않는다. 이와 같은 성질은 개체로서 움직일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허슐라이퍼 교수는 이 같은 성질을 경제시스템과 금융시장에 적용해본다. 개개인의 선호도, 전략, 편향성, 투자 성과 등은 신호왜곡(signal distortion:정보전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내용의 과장이나 축소)과 선택편향(selection bias:성과가 좋았을 때는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들어대지만 좋지 않을 때는 침묵) 같은 사회적 전이 편향을 통해 사회적으로 발현된다.
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들이 많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보면 기관투자자가 아니라 개인이 ‘액티브 투자(active investment:종목을 고르거나 주식매매 타이밍을 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위험은 다소 높지만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 전략)’를 선택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액티브 투자를 선호하는 개인은 굉장히 많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선택편향으로 인해, 개인들이 ‘성공적인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실패한 투자에 대한 것보다 더 많이 접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액티브 투자는 보통 패시브 투자(passive investment:인덱스펀드나 위험이 잘 분산된 펀드에 장기투자하는 전략)보다 훨씬 변동성이 크다. 그러니 ‘성공한 액티브 투자’는 성공한 패시브 투자보다 수익률이 훨씬 큰, ‘대박 성공’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보를 접한 개인들은 액티브 투자가 더 유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편향된 정보 유입(biased information percolation)’은 반복되며 사람들 사이의 피드백을 통해 증폭된다. 따라서 처음에는 정보교환에서 발생하는 미미한 정도의 편향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더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도록 커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들의 활발한 액티브 투자가 단지 개인 각각의 액티브 투자 선호 성향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발현’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경제학이 어떤 현상을 경제주체의 선호 추구와 그에 따른 효용 증대로 설명해왔다면, 이 모델은 설령 개인들에게 어떤 특정한 선호 성향이 없다고 하더라도 소통 과정에서의 사회적 전이 편향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떤 특정한 선호가 충분히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임 편향(visibility bias: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보다 힘이 세다)’ 또한 이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당신이 스타벅스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사람들이 저축보다 소비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당신도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게 된다는 것. 역시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결과가 사람들이 과소비를 선호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런 편향들이 사회적으로 또는 집합적으로 발현된 데서 나온다는 점이다.
허슐라이퍼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게임스톱 사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개인들이 월스트리트베츠에 모여 집단적인 소통을 시작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투자은행들의 투기 행위로 경제위기가 왔고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의 인간 드라마가 이런 소통을 통해 공유된다. 개인들의 적개심과 분노가 집단적으로 발현된다.
드라마의 공유와 재생산은 처음엔 약한 수준이지만 어느 정도의 편향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투기세력이 만들어낸 금융위기의 결과로 집에서 쫓겨난 눈물겨운 경험을 편향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상호작용이 반복되면 자기강화적 편향이나 편향된 정보 유입 등 사회적 전이 편향이 누적되며 증폭된다. 다시 말해 토론방 참여자들이 서로 나누는 정보들 가운데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을 성공적으로 공격한 영웅적 무용담’이 실패한 경험보다 더 많이, 더 깊이 공유되며 집단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각 개인이 더 낙관적으로 되거나 더 용감해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 이는 집단 차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아래 그래프는 사회적 전이 편향의 누적과 증폭에 따른 주가 변동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단 시작된 집단적인 초기 투자는 점점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아 가격 역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밀어 올리게 된다(곡선의 왼쪽 부분. 가격이 빠르게 증가하는 초기 단계). 이 단계에서 개인들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편향 또한 급속도로 증가한다. 예컨대 게임스톱 주식의 가격상승은 토론방 참여자들이 집단적으로 갖는 낙관적 믿음 또한 더욱 강화시킨다. 이제 과도한 낙관(overoptimism)이 조성된다.
가격상승은 영업이익 발표, 정기공시 등 정기적인 정보공개와 비정기적인 공시, 그리고 여러 가지 소스를 통한 정보공개가 있을 때마다 ‘부분적으로’ 진정(price correction:다시 말해 가격이 조금 하락)된다. 이는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을 제어한다. 시간이 지나며 공개된 정보(‘현재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되어 있다’)들이 쌓이면 그만큼 가격하락을 부추기는 힘이 세지지만, 편향된 정보 유입 또한 누적되어 가격을 계속 위로 밀어 올리려 하는 힘도 강해진다. 이 같은 힘겨루기에 의해 가격은 꼭대기 근처에서는 좀 더 천천히 증가한다. 주가가 펀더멘털보다 너무 많이 높아졌다는 정보들이 누적되면서 투자자들의 낙관성이 줄어들기 시작하니 가격상승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곡선 왼쪽 가운데 부분. 가격이 꼭대기 부근에서 느리게 증가하는 단계).
현재진행형인 비이성적 과열
주가가 피크를 지나면 정보가 더욱 누적되며 가격이 진정(하락)되기 시작한다. 곡선의 꼭대기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부분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가격조정(price correction)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는 가격이 천천히 펀더멘털에 수렴하게 된다(곡선의 오른쪽 아랫부분).
그런데 이와 같은 가격변동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상당한 변동성을 수반하며 이루어진다(그래프의 직선 부분). 이는 투기적 거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단계가 진행될수록 누적된 공개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정보와 편향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disagreement)’ 역시 늘어나게 된다. ‘지금의 주가’가 비싸다고 믿거나 싸다고 믿는 사람들로 의견이 크게 갈린다는 의미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면 거래량이 증가하게 된다. 의견이 똑같다면, 다시 말해 시장참여자들이 모두 ‘저 주식은 비싸’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도 그 주식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거래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거래량은 주가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시장가격이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정도가 커졌다는 것을 깨달은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거나 공매도하는 등 투자를 늘리는데, 이때 전통적인 자기 과신(overconfidence)에 기초한 비이성적 투자(irrational trading)가 대폭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투기적 거래가 급증하니 주가가 큰 변동성을 띠며 요동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스톱 주가뿐 아니라 역시 광풍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격변동 또한 이 모델로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사회적 전이 편향의 새로운 재료들이 계속 공급되면 실제 가격 움직임은 훨씬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새해 벽두에 터진 게임스톱 사태는 비이성적 과열의 전형이고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우리는 아직 게임스톱 주가의 경로가 그래프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게임스톱 사태가 우리 사회에, 특히 경제학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사자들이야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겠지만 게임스톱 사례는 ‘이야기의 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시대에서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수백 년 동안 발전시켜온 자본시장이 이토록 취약할 수 있다는 점만은 못내 큰 씁쓸함으로 남는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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