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룽자산관리공사 디폴트 우려 확산.."국내 영향은 미미"
디폴트 우려 확산에 글로벌 신평사 신용등급 격하 방침
시장 우려 초점은 비핵심 자회사 부도 가능성
관리된 부도.."국내 크레딧 영향은 미미"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중국 4대 배드뱅크 가운데 하나인 화룽자산관리공사의 해외 달러채 가격이 급락하며 첫 배드뱅크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에 상장된 화룽자산관리공사가 2020년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서다. 특히 화룽자산관리공사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잠재적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아시아 채권시장으로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화룽자산관리공사 디폴트 우려 확산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화룽자산관리공사가 지난 4월 1일 ‘관련 거래가 확정되지 않아 2020년 감사보고서 작성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2020년 실적 발표를 연기했다. 특히나 2018년부터 화룽자산관리공사의 전 회장이었던 라이샤오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올해 1월 말 뇌물 혐의를 비롯한 다양한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정책당국은 화룽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에 착수하기 시작했으며 구조조정안에서 부실자산처리 등 주요 사업만 남기고 비핵심 사업은 버릴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화룽자산관리공사의 2022년 5월 만기 달러채 가격은 102달러에서 77.4달러로 급락했다. 또 홍콩주식은 4월 1일부터 지금까지 거래가 정지됐고, 자회사 화룽 파이낸스가 발행한 달러채권 가격은 103달러에서 64달러로 38% 급락했다
중국의 화룽자산관리공사는 1999년에 공상은행의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중앙국영기업이다. 재정부가 57%의 지분으로 실질 주주이며, 주요 사업은 부실자산처리, 금융서비스(증권·은행·신탁), 투자 3가지로 구분된다. 그룹 산하에 3개의 비금융 자회사와 4개의 금융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전체 그룹의 국내외 채권 잔고는 약 3544억위안(60조원)으로 집계된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약 2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후 중국정부는 부채에 의존한 성장과 국영기업들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발생한 악성채권으로부터 은행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4개의 대형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했다”며 “화룽의 위기는 라이샤오민 회장의 잘못된 투자에서 비롯됐지만 그동안 4대 국영 자산관리회사들이 중국의 거대 금융시스템과 깊이 얽히게 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4대 자산관리회사들의 역할은 대출자인 은행의 장부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은행권 부실 대출을 인수 후 구조조정과 증권화, 상환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자산관리, 투자관리 서비스도 운영한다.
전문가들은 화룽자산관리공사 디폴트 우려의 초점은 비핵심 자회사의 부도 가능성이라고 판단했다. 화룽자산관리공사 산하 3개 비금융 자회사는 화룽룽더, 화룽실업, 화룽국제 등이 있으며 4개 금융기관은 화룽자산관리공사, 화룽샹쟝은행, 화룽증권, 화룽금융리스 등이 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사보고서 지연 사유를 ‘관련 거래가 확정되지 않아, 감사보고서에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여기서 ‘관련 거래’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며 “단 시장에서는 해당 거래가 화룽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을 의미하며 이 가운데 비핵심사업인 해외 채권 발행기업의 모회사이자 담보기업인 화룽국제가 포함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화룽자산관리공사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산건전성이 취약한 자회사로는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화룽실업, 화룽후이퉁, 화룽국제이다. 이 가운데 해외채권 발행은 주로 화룽국제 산하의 화룽파이낸스 자회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화룽국제가 담보를 제공하고 화룽자산관리공사 본사는 일종의 보증(Keepwell Deeds)만 제공한다.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 발행된 달러채권 가격이 폭락했고 해당 구조조정 불확실성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등급은 화룽자산관리공사 해외채권의 신용등급을 낮출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권도현 부전문위원은 “구조조정이 실행될 경우 중국 은행들의 이익이 우선시 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역외 채권투자자들은 본토 자산에 대한 청구권이나 연줄을 가지지 않은 한 그들의 손에서 빈 가방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당국이 화룽의 실패를 내버려둔다면 그 책임은 결국 잔액이 220억달러에 달하는 역외부문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화룽자산관리공사의 달러채 가격 폭락이 중국 크레딧 디폴트의 도화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올해 중국 국내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542억위안(약 9조2000억원)이며 부도율은 약 1.6%로 추산된다. 2020년 부도율인 1.5%에서 소폭 상승했다. 올해 중국 내 연간 회사채 부도액은 약 2200억위안(37조4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유동성 긴축 기조를 고려해 회사채 발행이 작년보다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부도율은 약 2.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최설화 연구원은 “그러나 ‘관리된 부도’라는 점에서 중국 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작년 11월 지방국영기업 디폴트로 2개월간 중국에서 회사채 발행시장 환경이 매우 취약했으나 올해에 들어 다시 안정화 되는분위기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화룽자산관리공사 디폴트 우려 확산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도현 부전문위원은 “화룽 사태가 아시아 외화채 시장 전반에 미치는 여파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화룽 채권을 직접적으로 가지고 있다면 손실이 있을 수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물에 대한 영향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 외화채 시장 전반의 심리가 안 좋아진다면 오히려 한국물 크레딧 신용도가 높아 반사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화룽 채권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은 손실을 볼 수도 있으나 그 외 직접적인 국내 시장의 영향은 없다”며 “아시아 시장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중국과 싱가포르, 한국 중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데 중국 국영기업 이슈가 생기면 오히려 한국 채권 관심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운용사 채권매니저는 “중국기업에 대한 회계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국내 기관투자가들과의 연계는 잘 안돼 있다”며 “화룽자산관리공사 디폴트 우려 확산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박정수 (ppjs@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