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에 숨진 美 13세 소년..'무장 대치'라더니 빈손이었다[영상]

이기우 기자 2021. 4. 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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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경찰에게 사살당한 13세 소년의 총격 당시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무장 대치 끝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지만, 공개된 영상에선 이 소년의 손엔 총이 없었고, 두 손을 위로 들어올리고 돌아서다 총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새벽 시카고 서부 리틀 빌리지에서 애덤 톨리도(13)가 경찰의 총격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톨리도와 함께 길을 걷던 루벤 로만(21)은 지나가는 차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총을 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자 톨리도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 달아났고, 톨리도를 쫓던 경찰은 가슴에 총을 쏴 소년을 사살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톨리도가 총기를 소지한 채 다른 용의자와 뛰어 달아났다”며 “무장 대치 끝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 중인 시카고 시민위원회는 15일 톨리도를 사살한 경찰의 몸에 부착된 바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당초 경찰의 발표와 달리 톨리도의 손엔 총이 없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 리틀 빌리지에서 13세 소년 애덤 톨리도가 경찰에게 총격을 당하기 직전 두 손을 들어올린 채 서 있다. /시카고 시민위원회

당시 상황을 보면 경찰관은 순찰차에서 내려 어두운 골목길을 달리는 톨리도를 쫓았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톨리도는 두 손을 들어 올리고 경찰관을 향해 몸을 돌리다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당시 톨리도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지 않았지만 경찰은 “(총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며 총을 쐈다. 총을 쏜 후 경찰관은 톨리도의 등 뒤에 있던 나무 울타리 뒤편에서 권총을 발견해 손전등으로 비췄다.

시민위원회는 현장에 설치된 CCTV 영상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선 경찰관이 자신에게 달려오자 톨리도가 뒤에 있던 나무 울타리 틈새로 뭔가를 던지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들고 있던 총기를 울타리 뒤로 내던지고 체포에 응하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카고 트리뷴은 애덤 톨리도가 최근 수년간 시카고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들 중 가장 어리다고 보도했다. 톨리도를 쏜 경찰관의 변호사는 “비극적인 사건이긴 하지만, 해당 경찰관은 매우 시급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주민들은 시카고의 최대 번화가 매그니피션트 마일 등에 모여 “경찰 예산을 끊어라” “로리 시장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시민들에게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평화적인 분위기를 유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1일 미네소타주에선 교통 단속에 적발됐지만 체포에 불응한 흑인 단테 라이트(20)가 백인 경찰관에 의해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일어난 소도시 브루클린센터에서는 라이트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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