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활보한 티라노 25억 마리, 화석은 고작 100개

조홍섭 2021. 4. 16. 11: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공룡 시대의 종말을 지켰던 티라노사우루스는 키 4m 길이 12m 무게 7t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 포식자였다.

찰스 마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1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티렉스)는 북미 서부에 어느 시점이든 약 2만 마리가 서식했으며 이 종이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과 함께 멸종하기까지 250만년 동안 생존한 성체 개체수를 모두 합치면 25억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북미에 상시로 2만 마리 살아..멸종 동물 개체수 첫 추정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 1990년 발굴된 것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고생물학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런 화석으로 남는 확률은 극히 낮다. 키건 하우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제공.

공룡 시대의 종말을 지켰던 티라노사우루스는 키 4m 길이 12m 무게 7t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 포식자였다. 이 대형 육식공룡이 지구에 몇 마리나 서식했는지 그동안의 화석 연구를 토대로 처음으로 추산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찰스 마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1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티렉스)는 북미 서부에 어느 시점이든 약 2만 마리가 서식했으며 이 종이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과 함께 멸종하기까지 250만년 동안 생존한 성체 개체수를 모두 합치면 25억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처럼 오래전 멸종한 동물의 개체수를 계산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런 추정에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오차 범위는 10배를 넘나든다. 연구자들은 상시 개체수는 1300마리에서 32만8000마리, 누적 개체수는 1억4000만 마리에서 420억 마리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모식표본. 이 종의 기준이 되는 표본으로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해 마셜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을 손에 쥐고 이 맹수가 수천만년 전 실제로 살아있던 그 동물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며 “대체 얼마나 많은 동물 가운데 하나가 화석으로 남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개체수를 추정할 때 불확실성이 높은 이유는 티라노의 생태에 관한 지식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공룡은 온혈동물로 알려졌지만 얼마나 많은 먹이를 먹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또 공룡의 체중과 수명을 추정할 수 있지만 살아가는 데 어느 정도의 면적이 필요한지를 계산할 때는 불확실한 요인이 적지 않다. 연구자들은 그런 예로 현생 동물 가운데 하이에나와 재규어가 비슷한 크기의 포식자이면서도 서식밀도는 하이에나가 50배나 높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런 이유로 추정치의 범위는 클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의 화석 연구로 티라노에 관한 생물학적 정보는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이 육식공룡이 15살쯤 성숙하며 수명은 20살 후반, 평균 체중은 5.2t이며 최대 7t까지 자란다는 것으로 보았다.

티렉스 ‘수’의 두개골 모습. 먹이를 장기간 추적할 수 있고 냄새를 잘 맡는 구조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라노의 에너지 요구량은 지구 최대 파충류인 코모도왕도마뱀과 사자의 중간으로 가정했다.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계산한 티라노의 서식밀도는 100㎢당 1마리꼴로 나왔다. 호랑이의 서식밀도와 비슷한 셈이다. 인도 암컷 호랑이는 20㎢, 아무르호랑이는 최고 500㎢를 자기 영역으로 삼는다.

북미의 서식지가 230만㎢이고 2만 마리의 티라노 개체군이 250만년 동안 12만7000세대를 거듭했을 때 누적 개체수는 25억 마리가 된다. 한반도로 친다면 2000마리, 지리산국립공원 면적에 5마리가 돌아다니는 셈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이 죽어 화석으로 남기가 얼마나 드문 일인지 보여준다. 현재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골격 화석은 100개 미만으로 대부분 뼛조각 하나이다.

티렉스가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미국 몬태나 주 헬 크리크 화석 산지에서 나온 다양한 동물들. 이곳에서도 티렉스 1만6000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로 화석으로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마셜 교수는 “현재 박물관에 전시되는 골격이 잘 보전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은 32개 정도”라면서 “게다가 이번 연구는 성체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훨씬 많은 수의 어린 개체까지 고려하면 티라노사우루스 8000만 마리 중에 한 마리꼴로 화석으로 남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을 발굴하면서 얼마나 많은 종을 놓치는지 짐작하는 토대가 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마셜 교수는 “단기간 살았고 일부 지역에만 분포했던 종들이 화석기록에서 얼마나 빠지는지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판 티렉스라 할 수 있는 타르보사우루스의 골격 화석. 조르디 파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티라노사우루스는 북미 서부에 분포했지만 크기와 형태, 습성이 유사한 타르보사우루스 등 다양한 육식공룡이 몽골, 중국 등 아시아에 분포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북미에 진출해 티라노사우루스로 진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c830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