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여성 독박' 집안일.. '男女 공정게임' 만들기

기자 2021. 4. 16. 11: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페어 플레이 프로젝트 | 이브 로드스키 지음, 김정희 옮김 | 메이븐

누구나 재미있게 살 권리 있고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원칙을 서로 인정하는 게 중요

집·회사일 떠안은 워킹맘 작가

여성 ‘家事 독박’ 탈출법 연구

승리로 이끄는 조언·정보 소개

‘나름’ 집안일 좀 한다. 빨래는 거의 내 담당이다. 세탁기 돌리고, 널고, 잘 정리해 각자의 옷장까지 배달한다. 주말 오전에는 청소기도 한번 돌린다.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할 때는 아들들 등교시키고, 빨래 외에 설거지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아내 기억에는 빨래 정도가 내가 했던 집안일의 전부였다.

이브 로드스키의 ‘페어 플레이 프로젝트’는 집안일 때문에 억울하고 화가 나는 전 세계 여성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책이다. 저자는 잘나가는 변호사였지만 결혼, 곧바로 이어진 출산으로 삶이 헝클어졌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이브는 “젖병을 소독하고, 설거지하고, 빨래 개고, 아기방에 필요한 물품 채워 놓고, 식료품점으로 달려가고, 처방전을 받아 오고, 식사 준비하고, 청소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퇴근한 남편은 뭐라도 도와주기를 바랐지만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독박 육아하는 엄마”가 된 셈이다.

3개월의 출산휴가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했지만, 그곳에서도 엄마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집에서는 회사 일을, 회사에서는 집안일을 걱정하며 “내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모두 잃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의 독박 육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 읽은 저자는 “집안에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시스템 연구”에 돌입했다. 시작은 “‘내가 하는 일’ 목록”을 소상하게 작성하는 일이었다. 눈에 보이는 일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일까지 소상하게 써내려갔다. 남편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가 기대한 첫말은 “와, 당신 정말 일 많이 하네.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였지만, 아니었다. 남편은 “손으로 눈을 가린 원숭이 이모티콘” 하나를 답장으로 보내곤 묵묵부답이었다.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다”는 메시지였다. 사소한 다툼부터 큰 언쟁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공정한 게임을 위한 네 가지 규칙과 구체적인 실행 목록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만들어갔다.

집안일이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공정한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원칙을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 남편이 아이를 등교시킨다 해도 무엇을 입힐지 무엇을 먹여 보낼지, 이 모든 일의 뒤에는 아내의 “보이지 않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히려 그 일에 시간을 더 많이 빼앗긴다. 흔히 집에 있으면 논다고 생각하는데 이거야말로 엄청난 착각이다. 돈 버는 일은 중요하고,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착각 말이다. 두 번째 원칙은 “누구나 재미있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남편들은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 사이 아내는 독박 육아에 지쳐간다. 결국 “당신 가족만의 중요한 가치와 기준”을 먼저 세우는 일, 그리고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해야만 공정한 게임은 정착될 수 있다.

책의 절반 이상은 “페어 플레이 프로젝트를 승리로 이끄는” 실전 팁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100장의 카드, 즉 가족의 삶을 건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담은 카드다. 설거지, 쓰레기 배출, 장보기, 손님맞이, 빨래 등 가족의 일상다반사는 물론 이사와 이직 등 가족의 미래를 좌우할 굵직한 일들까지 저자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카드를 주고받으며 일을 분배할 수 있지만 항상 기꺼운 마음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유니콘 스페이스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당신 본연의 모습을 되찾거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반드시 당신과 파트너 둘 다 소유해야 한다!” 이 카드들은 한 번 사용하고 끝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기준을 계속 만들어가면서 재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는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13가지”를 정리한 대목이다. 대개는 어설프게, 혹은 읍소 형태로 집안일 분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한 게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퇴근길에 파 한 단 사다 달라는 부탁도 자제해야 한다. 그깟 파 한 단이 뭐가 어렵냐고 생각하겠지만, 부려먹으려는 속셈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네 탓, 내 탓 공방도 멈춰야 한다. 내 카드니까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카드를 남발하는 순간, 공정한 게임은 끝난다. 집안일은 끝도 없다. 집 밖의 일, 즉 회사 일도 사실 끝이 없다. ‘페어 플레이 프로젝트’는 공정한 게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결국 아내와 남편의, 나아가 당신과 파트너의 대화를,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글은 마쳤고, 이제 세탁기 돌리고 설거지할 일만 남았다. 352쪽, 1만6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