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백신 확보" 이재명 발언 왜 나왔나

송용환 기자 2021. 4. 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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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경쟁자와 차별성 부각 지지율 견인 시각
"어떻게든 도민 건강 지키겠다는 이 지사의 의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5일 진행된 경기도의회 도정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경기=뉴스1) 송용환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자적 백신 확보 검토” 발언에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들썩였다.

정부의 백신 확보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의도하지 않게 컸다.

이 지사는 전날(15일) 열린 도의회 임시회에서 “코로나19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도 차원의 정책이 무엇인지”를 묻는 경기도의회 방재율 의원(민주·고양2)의 질문에 “4차 대유행이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에서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백신을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 지사는 정부와의 방역 엇박자 논란을 의식한 듯 “안타깝게도 지방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백신을 확보)하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정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예방접종이 이뤄지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고, 시·군과도 협력해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지사의 발언은 백신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도가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현재 실무진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다.

하지만 당장 야권에서는 방역정책의 엇박자를 문제 삼아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까지 거론하며 정부와 이 지사를 싸잡아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는 문 정권 K방역을 찬양해왔다”며 “(독자적 백신도입 추진 발언이)어리둥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 지사의 이 한마디는 문 정권의 백신정책 무능과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백신을 도입할 수 있다면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이 정부는 왜 존재하나”라고 질책했다.

이어 “만약 이 지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를 그냥 해본 것이라면 ‘아니면 말고’ 식의 아무 말 대잔치는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이 지사를 겨냥했다.

또 “어느 경우든 문재인 정권의 임기 말 레임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고 문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의 백신도입 기사를 공유하며 “레임덕의 전조가 아니라 최종형태”라며 “‘나 이재명이 문재인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꼬집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4.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독자적인 방역조치 검토에 충분한 조율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특정 지자체가 어떤 조치를 위할 때는 중대본 회의를 통해서 충분히 조율되고 합의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지사의 이번 발언은 지자체의 독자적인 백신 도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도민의 건강수호를 위한 모든 대안을 찾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지난해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에 대한 전격적인 강제조사, 정부보다 앞선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 과감한 방역정책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경험한 이 지사가 이번에도 적극적인 방역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또 한 번의 지지율 상승효과를 기대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특히 정부의 백신 확보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더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지지율 1위를 두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여야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를 통한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도 있다.

야권에서 “백신 문제로 비판을 받는 청와대나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자신에게 비판적인 친문세력을 흡수해야하는 이 지사가 시도할 내용은 아니다.

도 관계자는 “현재 실무진에서 실현가능한 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일 뿐이다. 어떻게든 백신을 추가 확보해 도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이 지사의 의지로 보면 된다”고 이번 발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고, 백신 접종의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에 도 차원에서 여러 백신의 도입 및 접종에 대한 법률적 행정적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검토가 끝나면 질병관리청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건의하는 한편 중앙정부의 방역 및 백신 접종 노력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6일 0시 기준으로 경기지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만1410명으로, 전날 대비 221명 늘어났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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