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代 걸쳐 간직해 온 '한복 100년史'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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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아닌 사가(私家)에서 어떻게 이걸 보관해왔을까, 참 놀랍습니다. 제가 패션 쪽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왔지만, 이런 귀중품은 드물게 봅니다." 아트디렉터 서영희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경남 통영의 송병문 가문에서 4대에 걸쳐 보관해 온 한복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4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영명 예올 이사장은 "이렇게 한복을 4대에 걸쳐 보관한 예가 없는데, 이 집안에서 참 귀한 일을 해 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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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올북촌가·한옥서 ‘통영 송촌 송병문家 복식 기증전’
기증한 100벌중 20벌 공개
아름다우면서 실용성도 갖춰
해진 부분에 옷감을 덧댄
남성바지는 조각보처럼 멋져
서양식 단춧구멍의 조끼는
서구문물 유연하게 수용한것
“박물관이 아닌 사가(私家)에서 어떻게 이걸 보관해왔을까, 참 놀랍습니다. 제가 패션 쪽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왔지만, 이런 귀중품은 드물게 봅니다.” 아트디렉터 서영희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시된 한복 한 점마다 품격과 아취(雅趣)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 종로구 예올북촌가·한옥에서 열리고 있는 ‘통영 송촌(宋村)송병문가(家) 복식 기증전’에서였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경남 통영의 송병문 가문에서 4대에 걸쳐 보관해 온 한복들을 만날 수 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생애를 보낸 송병문(1886∼1945)과 그 아들 송경훤(1925∼1994), 며느리 박필순(1925∼2019)의 옷들이다. 이 옷들이 지금껏 남아 있는 것은 송병문의 아내 김귀를 비롯한 집안 여성들이 정성을 다해 관리해온 덕분이다. 송경훤의 딸인 송유숙은 자녀 동의를 얻어 그동안 가문에서 지켜온 한복 100벌을 재단법인 예올에 기증했다. 예올은 국립민속박물관, 경운박물관 등과 3년 동안 이 한복 유물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했고, 이번에 그중 20점을 일반에 공개했다.
지난 14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영명 예올 이사장은 “이렇게 한복을 4대에 걸쳐 보관한 예가 없는데, 이 집안에서 참 귀한 일을 해 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그는 “우리 한복의 100년 역사를 만나며 그 변화 흐름까지 살필 수 있어서 보는 분마다 재미있어 하더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김 이사장 말대로 전시관 1층의 남성 두루마기와 여성 저고리부터 아름다우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격을 느끼게 했다. 2층에 걸려 있는 여성 치마뿐만 아니라 속옷, 즉 단속곳조차 그랬다. 이는 형태와 색에서 미감을 살리면서도 천한 느낌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감탄을 자아낸 것은, 한옥 전시관에서 만난 남성 바지였다. 옷 뒤쪽이 보이게 전시해놨는데, 안감 해진 부분에 옷감을 덧댄 것이 마치 조각보처럼 이음선이 멋스러웠다. 바지 옆에 자리한 허리띠와 대님의 색상이 다채로운데, 바지 빛깔에 맞춰 사용했다고 한다.
옥상 전시관에 있는 여성 겨울용 속바지도 관람객들로부터 “지금 입어도 유행 첨단이겠다”는 찬사를 들었다. 남성 두루마기의 긴 고름, 여성 치마의 뒤트임 등에선 미감뿐만 아니라 실용성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배자(褙子)에 서양식 단춧구멍을 만들어 우리 전통 옷에는 없는 조끼를 만든 것은, 서구 문물이 들어오는 시기에 세상의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한 흔적이라고 할까.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즉 진솔도 만날 수 있다. 이 진솔들은 박필순이 시아버지와 남편 옷을 버릴 수 없어서 갖고 있다가 철마다 그것들을 꺼내어 바람을 쐬어줬기에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 기증자 송유숙은 “가족에 대한 어머니의 진한 사랑이 이 옷들에 담겨 있다”며 “이제 헤어지려 하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선 오유경 디자이너가 송병문가의 복식을 현대 의복으로 재현한 옷들을 별도로 선보인다. 오 디자이너는 “과거에 아름다웠던 우리 복식이 현대인의 생활에도 억지스럽지 않고 충분히 아름답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이 전통문화 가치를 지켜 가는 예올의 뜻을 높이 사 이번 전시를 후원했다. 오는 5월 29일까지.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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