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고흐는 엄청난 독서가였다"

장재선 기자 2021. 4. 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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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예술양식의 하나인 '미술'에서 지성의 대표적 상징물인 '책'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까.

미술가들에게 책은 어떤 존재일까.

이 씨는 이 잡지의 특집 원고 '서양 미술 속의 책'에서 "책은 미술작품에서 거창한 모습으로 등장했다"고 살폈다.

현대미술의 방향을 바꾼 피카소와 뒤샹은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낸 인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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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미술사가 이연식

‘문학수첩’서 미술·책 관계 다뤄

인류 예술양식의 하나인 ‘미술’에서 지성의 대표적 상징물인 ‘책’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까. 미술가들에게 책은 어떤 존재일까.

국내 대표적 미술사가인 이연식 씨가 이런 의문에 답하는 글을 최근 반년간지로 재창간한 잡지 ‘문학수첩’에 발표했다. 이 씨는 이 잡지의 특집 원고 ‘서양 미술 속의 책’에서 “책은 미술작품에서 거창한 모습으로 등장했다”고 살폈다. 로마 비잔틴 제국 시절에 그리스도가 왼손에 복음서를 든 모습이 사원 모자이크 등을 통해 묘사됐기 때문이다. 중세에는 아이에게 책을 읽히거나 글을 가르치는 여성의 모습이 그림에 많이 나타난다. 15세기 인쇄술이 보급된 이후에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등이 평범한 사람들이 성경을 읽는 모습을 그림 속에 담는다. 르누아르를 비롯한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에서 독서하는 여성은 목가적인 풍경과 평화로운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였다.

흥미로운 것은 19세기 대표적 화가인 고흐가 엄청난 독서가였다는 사실이다.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알려지는 바람에 충동적 인물로만 여겨지지만, 지인들과의 편지에서 200권이 넘는 책을 언급할 정도로 탐독가였다. 고흐는 ‘성경이 있는 정물’ 등에서 책을 표현했고, 문학 작품에 대한 감흥을 주요한 작품 동기로 삼았다.

서양 미술가들이 모두 고흐처럼 독서를 즐긴 것은 아니었다. 현대미술의 방향을 바꾼 피카소와 뒤샹은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낸 인물들이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게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필자는 이렇게 완곡한 답을 내놨다. “책을 탐닉하면서 예술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만, 책이 보여주는 세계는 종종 예술가를 예술과 어긋나게 만든다. 축복이자 저주이고 쾌락과 번민의 원천인 책이 예술과 맺어온 관계는 복잡하고 다채롭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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