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우주의 기운을 담은 명품 시계 ASMR 클래스

글 이진수 기자 2021. 4. 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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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표부터 ASMR까지 하이엔드 끝판왕 명품 시계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에 관하여.

최근 MZ세대의 명품 구매가 늘면서 고가 시계에 대한 관심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신세계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2030 소비자의 럭셔리 시계 매출 비중은 42.9%로, 2019년에 비해 2.9% 늘었다. 또한 지난 3월 11일 신세계그룹의 프로 야구단 SSG 랜더스에 합류한 야구선수 추신수가 자신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이태양 선수에게 2천만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브랜드 '로저드뷔’ 시계를 선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는 '명품 시계 등급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시계 등급표’를 검색하면 '손목시계 브랜드 순위’ '시계 티어(Tier)’ 등 관련 검색어와 함께 10개 이상의 등급표를 찾아볼 수 있다.

등급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최상위 등급에는 정교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시계의 제왕’이라 불리는 파텍 필립(Patek Philippe), 2백65년 역사를 지닌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4대째 장인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투르비옹(Tourbillon, 오토매틱 시계에 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오차를 보정하는 장치)의 강자로 불리는 브레게(Breguet) 등 스위스 브랜드와 '독일 시계의 자존심’ 아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ohne) 등이 거론된다.

명품 시계 ASMR, 고가 제품일수록 초침 소리 경쾌해

이러한 등급표들은 가격과 기술·역사성 등을 분류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작성자의 주관이 많이 반영된 탓에 재미용으로만 통용되는 분위기다. 시계 전문가들도 "한 브랜드 안에서도 제품 라인별로 급이 다르기 때문에 웹상에 돌아다니는 등급표처럼 제품 카테고리가 아닌 브랜드만으로 등급을 나누는 건 제대로 된 지표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거의 모든 등급표에서 1등급으로 꼽는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을 포털 검색 창에 쳐보면 억원대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구경하거나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 MZ세대는 하이엔드 시계를 즐기는 방법으로 초침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바람 부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처럼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음성 영상 콘텐츠)에 주목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갤러리아 마스터피스 ASMR’ 시계 초침 영상 콘텐츠를 2019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Panerai)’와의 첫 협업을 시작으로 바쉐론 콘스탄틴 등 희소한 오토매틱 제품 위주로 구성했다. 갤러리아 홍보 담당자는"ASMR이 MZ세대에게 중요한 장르로 인식된다고 분석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피스들을 소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영상에는 '시계 안에 우주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명품 시계 무브먼트 ASMR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손목에 한번 얹어봤으면’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초침 소리만으로도 시계를 즐기고, 힐링이 될 수 있을까. 명품 시계 3가지를 선별해 초침 ASMR을 직접 들어봤다. 재미있었던 점은 고가의 제품일수록 "오늘 2억원 짜리 시계 찼어요"라고 있는 힘껏 티내는 것처럼 소리가 크고 경쾌하게 흘렀다는 것! 또한 시계마다 초침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ASMR 콘텐츠로도 충분히 제품들을 즐길 수 있었다. 만약 명품 시계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브랜드의 역사와 등급, 가격까지 꼼꼼히 따져본 뒤 제품 ASMR 영상을 찾아보거나, 매장에서 초침 소리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제각기 다른 초침 소리에 놀라 또 다른 시계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싱글 플라잉 투르비옹 RDDBEX0836

1억8천8백만원
일명 추신수 시계로 알려진 '로저드뷔’의 신제품. 지난 4월 7~13일 개최된 고급 시계 페어 '워치스 앤 원더스 2021’에서 첫 공개하기 하루 전 여성동아가 먼저 만난 따끈따끈한 제품이다. 고급스러운 올 블랙 컬러에, 날렵한 시그니처 별 장식이 시계 내부에서 떠오르는 듯한 모습을 갖춰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을 줬다. 역동적인 디자인만큼 초침 소리가 '탁탁, 탁탁’ 거칠고 정확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자기 관리에 철저한 넘사벽의 젊고 스마트한 사업가라고 할까.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플라잉 투르비옹 RDDBEX0816

2억3천2백만원
화이트와 핑크 골드 컬러의 조화가 화려함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특히 시계에 장착된 작은 사이즈의 '스켈레톤 플라잉 투르비옹’은 정교한 컴플리케이션(Complication, 제작 과정에서 고난도 공정 기술을 요하는 시계 정치) 중 하나로 여겨진다. 올 2월에 출시됐는데 마치 바이올린 줄을 양쪽에서 팽팽하게 잡아 빠르게 뜯는 듯 '틱틱, 틱틱’ 소리가 정교하게 흘렀다.

몽블랑 헤리티지 오토매틱 126464

1천2백1만원
독일 명품 브랜드 '몽블랑(Montblanc)’이 지난해 5월 출시한 제품으로 18K 옐로 골드가 코팅된 날카로운 모양의 시곗바늘과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컬러로 래커 처리된 다이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들어진 스푸마토(Sfumato,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명암법) 악어가죽 스트랩이 빈티지스러운 느낌을 줬다. 42시간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춘 오토매틱 무브먼트답게 초침 소리가 가장 크고 경쾌했다. '타닥, 타닥’ 소리 내며 숨 가쁘게 달려가는 초침은 일분일초도 낭비 없이 계획적인 하루를 보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사진제공 로저드뷔 몽블랑 제품협찬 로저드뷔 몽블랑

글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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