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 끝에 노조설립 막은 아마존.."지구 최고의 고용주 되겠다"

황민규 기자 2021. 4. 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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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직원만 120만명, 최악의 시나리오 막았다"

아마존 "올해 근무지 환경개선에 3억달러 투자 계획"

베이조스 CEO "새로운 비전으로 직원 처우 개선" 다짐

강도 높은 업무환경으로 악명이 높았던 아마존이 최근 노조 설립을 막는데 성공하자마자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그간 다수의 매체가 '지옥의 사업장'으로 표현할 정도로 열악한 노동여건으로 비판 받아왔던 아마존은 앞으로 3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1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CEO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는 우리 직원들을 위해 우리가 더 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서한은 베이조스가 아마존 CEO로서 주주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다. 베이조스는 오는 3분기에 CEO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옮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베이조스는 1997년 아마존이 기업공개(IPO)를 한 뒤 매년 주주들에게 서한을 써왔다. 아마존의 대성공으로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된 그의 개인 재산은 1900억달러(약 211조9000억원)가 넘는다.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작 아마존 사업장의 업무 환경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열악한 복지 등으로 비판의 도마에 자주 올랐다.

특히 지난 2017년 영국 아마존 물류창고의 심각한 노동 환경에 대한 보도가 나온 후 이같은 비판은 더욱 심해졌다. 당시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영국 틸버리 지사에 위치한 물류창고에서 직원들이 주당 55시간 이상 일하며 과로 등으로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장면 등을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영국 언론이 보도한 현지 직원들의 업무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이 중 쉴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내내 창고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직원들이 '시간당 300개의 물품 처리'(8시간에 2400개의 물품 처리)라는 목표량을 채우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 직원들이 결국 노조 설립 추진까지 나서게 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직원들을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점도 한몫 했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안전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으며, 심지어 창고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별다른 방역 조치 없이 계속 업무를 강행하기도 했다. 마스크나 손 세정제도 갖춰놓지 않는 근로 환경은 물론 강도 높은 업무강도에 일부 직원들이 페트병에 소변을 본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아마존의 노조 설립 추진은 초대형 IT 기업 중 최초의 노조 설립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미국 전역의 관심을 끌었다. 반면 아마존 경영진 입장에서는 악몽이나 다름 없었다. 아마존은 근로자수만 1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월마트 다음으로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들이 노조에 가입할 경우 아마존 입장에서는 경영상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노조 설립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또 유명 운동선수와 연예인까지 나서서 노조 결성 활동을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마존 측은 미국 평균 대비 2배의 최저 임금과 의료보험 등 복지를 강조하며 노조 설립의 불필요성을 강조하며 저지에 나섰다. 실제 아마존은 창고 직원들에 연방 최저 시급보다 두 배 높은 시급 15달러를 준다.

앨라배마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여섯 번째로 가난한 지역이며, 가계 소득은 2018년 기준 평균 4만 9861달러로 미국 전국(6만 1937달러)보다 1만 달러 이상 낮다. 또 일부 직원 사이에서 노조비 지출을 우려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노조 설립이 좌초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진땀 끝에 노조 설립이 무산되자마자 베이조스 CEO가 직접 나서서 변화를 시사했다. 그는 "아마존은 지구 상 최고의 고용주와 지구 상 가장 안전한 직장을 지향하겠다"며 "CEO에서 물러난 후에도 이사회 의장으로서 물류센터를 담당하는 팀과 함께 협업해 이 같은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마음 먹은 것을 실패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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