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 택배대란 저상차량 왜 안되나.."개조비+적재량 감소+허리통증"

택배기사 "저상차량으로 바꾼 뒤 허리통증"
"아파트 하나 때문에 차량 바꾸는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택배기사가 14일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서 허리를 제대로 펴기 힘든 높이의 저상 탑차에서 물건을 내리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단지에서 비롯된 '택배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5000세대 규모의 A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안전과 시설훼손 우려로 지상도로 차량운행 금지를 택배사에 통보해왔고, 지난 1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그러나 일반 택배차량은 A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인 2.3m보다 차체가 높아 아파트 단지로 들어갈 수 없게 되면서 저상차량을 사용하는 택배사나 차량을 개조한 택배기사들은 개별배송을, 그렇지 않은 택배기사들은 아파트단지 입구까지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A아파트에 배송을 하는 택배기사 B씨는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일반 택배차량을 운행했는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지상도로 관련 내용을 통보해서 지난해 가을쯤 차를 개조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들이 저상차량 운행을 꺼리는 이유는 비용적인 측면과 근로 환경적인 측면, 크게 2가지다.

일반 택배차량을 저상차량으로 수리하려면 100만원가량의 개조비와 30만원가량의 구조변경 등록비를 택배기사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B씨는 "택배차량이 낮으면 수요가 많지 않아 중고차 가격도 내려간다"고 덧붙였다.

택배기사들의 근로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저상차량이 택배기사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심각하게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일반택배차량의 화물실 높이는 1m80㎝인데 반해 저상차량의 경우 1m27㎝로 낮아 택배기사들이 허리를 펴고 작업을 할 수 없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작업을 하는 직업 특성상 화물실의 높이가 낮아져 허리와 목, 어깨, 손목, 무릎 등에서 근골격계질환 유발이 빈번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차량에 실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어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저상차량은 일반 택배차량보다 적재량이 30%가량 줄어들어 한 번에 하던 일을 두 번 왔다 갔다 한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씨 역시 근무 피로도의 차이가 크다고 동의했다. B씨는 "저상차량으로 바꾼 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디스크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면서 "저상차량 안에서는 허리를 펼수 없다. 지금도 시간될 때마다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일반택배차량으로 배송할 때는 긴 물건은 세워서 적재할 수 있었는데 저상차량은 그러지 못해 다 눕혀야 한다"며 "그전에는 물건들을 한 번에 적재해 배송했는데 저상차량으로 바꾸고 나서는 두 번씩 왔다 갔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아파트에 택배를 배송하는 기사들은 B씨처럼 차량을 개조했거나 원래 저상차량을 소유한 기사들이다. 지난해 아파트 측의 통보로 일부 택배사들은 일반택배차량 소유 기사들을 저상차량 소유 기사들로 대체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택배사가 저상차량 소유 기사들을 배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B씨는 "택배사마다 사정이 있다. 이 아파트만 전담으로 하는 기사를 배치하는 택배사가 있는 한편 주택가나 다른 지역을 함께 담당하는 기사를 배치하는 곳도 있다"며 "기사들 입장에서도 배송품이 몇 개 안 되는 아파트 때문에 저상차량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택배노조는 "아파트 측의 갑질"이라며 A아파트를 개별배송 불허 아파트로 지정하고, 14일부터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아파트단지는 지상으로 차량이 통행할 수 없도록 건축됐고 택배회사에 2020년 3월부터 수차례 지상운행을 자제하고 저상차량 배차를 통한 지하주차장 운행 및 배송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shakiro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