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상어'가 감독으로 전주성에..박성배 감독 "그리운 전북, 마음껏 부딪히겠다"[SS인터뷰]

정다워 2021. 4.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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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배 양주시민축구단 감독이 지난 13일 고덕생활체육공원에서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양주 | 정다워기자

[양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흑상어’가 전주성에 뜬다.

박성배(46) 양주시민축구단 감독은 전북 현대 레전드다. 1998년 신인 드래프트 2차서 전북의 지명을 받은 박 감독은 1998년부터 5시즌간 142경기에 출전해 41골1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전북이 변방에 있던 시절 박 감독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사랑받았다. 파워풀한 플레이 스타일에 외모까지 닮아 흑상어라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박 감독은 올해부터 K3 소속 양주를 이끌고 있다. 양주는 10억원이 채 안 되는 적은 돈을 쓰는 팀이지만 올시즌 초반 4경기에서 2승1무1패로 선전하며 3위에 자리하고 있다. 14일에는 포천을 잡고 FA컵 16강에 진출했는데 공교롭게도 맞대결 상대가 전북이다.

◇“전북은 늘 그리운 곳, 마음껏 부딪히겠다”
박 감독은 전북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데뷔 시즌을 포함해 3년간 34골을 몰아치며 K리그에서 인정받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박 감독은 “사실 그땐 전북이 지금과 많이 달랐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팀이었다”라면서 “그래도 좋은 추억이 많다.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고, 제가 축구를 가장 잘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늘 그리운 곳”이라며 전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6강 진출 의지가 강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박 감독은 “2019년 수원 삼성 코치로 전주월드컵경기장에 간 적이 있다. 제가 뛰던 시절엔 종합운동장을 사용했는데 어쨌든 전북을 적으로 상대하는 기분이 묘했다. 이번엔 감독으로 가니 또 새로울 것 같다. 재미있는 맞대결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당연히 부족하지만 너무 싱거운 경기는 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각오도 이야기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전북 같은 팀을 만나 한 단계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크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를 했다. 아시아의 리딩구단을 상대해보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꼭 16강에 진출해 전북과 싸워보자고 했다.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한 번의 경기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깨달을 것이다. 저도, 선수들도 마음껏 부딪히겠다. 오랜만에 군 시절 함께했던 김상식 감독에게도 연락해봐야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전북 현대 시절의 박성배 감독.스포츠서울 DB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박성배 감독.스포츠서울 DB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자신있게 하고파”
현역 시절 박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들과 경쟁했다. 위로는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가 있었고 동기인 안정환과 후배인 이동국, 김은중 등도 경쟁자였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그는 결국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제가 봐도 대단한 선수들이다. 제가 부족했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선배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가진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아쉬워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박 감독을 호출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그를 높이 평가했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께서 따로 불러 저에게 ‘네가 최고니까 잘할 수 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저에게는 큰 기회였다. 이집트 4개국대회에서는 발목이 부었는데 참고 뛰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부상으로 인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이것도 다 핑계 아니겠나. 하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자신있게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소통하는 지도자 되고파, 늦었지만 차분하게 가겠다”
박 감독은 꽤 오랜 시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0년 용인시청에서 플레잉코치로 시작해 FC오산의 15세 이하 팀을 이끌었고, 대한축구협회에서 전임지도자로 일했다. 그러다 2019년 수원, 지난해 안산 그리너스에서 코치를 맡았다. 10년간의 코치 생활 끝에 감독이 됐다. K3 소속인데다 아직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지만 박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는 “K리그 감독 연령대가 낮아졌다. 저보다 어린 감독님들도 있다. 상대적으로 늦게 가고 있지만 천천히 가겠다. 차분하게 성장해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꺼냈다.

롤모델은 정정용 서울 이랜드 감독이다. 박 감독은 2017~2018년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정 감독을 보좌했다. 폴란드 월드컵 전 수원으로 가게 됐지만 정 감독과의 기억은 소중하게 남아 있다. 박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대표팀에서 나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라며 웃은 후 “정 감독님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전술, 전략뿐 아니라 팀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이 대단하시다. 감독님도 늦었지만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가셨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과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감독이지만 축구선배로서 늘 한 마음으로 선수들과 뛰겠다”라는 꿈도 이야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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