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니와 KF-21 분담금 협상 곧 재개"
[경향신문]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와 분담금 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분담금 협상은 최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 방한을 계기로 급물쌀을 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번 협상 재개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KF-21 사업도 본격 궤도에 안착할 수 있게 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5일 “프라보워 장관 방한이 지난 7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했을 때 실무자급 레벨에서는 빨리 협상을 진행하자고 합의했다”며 “조만간 빠른 시간 내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서한 등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인도네시아 측이 KF-21 전체 사업비(8조8000억 원)의 20%인 1조7338억 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는 개발 단계별로 사업비를 분담하기로 했으나, 지난 2월까지 내야 하는 8316억 원 가운데 2272억 원만 납부하고 현재 6000여억 원을 연체한 상태다. 올해 지급돼야 할 분담금까지 합치면 액수가 8000억 원에 달한다.
양국 협상이 재개되면 현재까지 연체된 분담금의 지급 시기 및 방식과 관련한 논의부터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측이 경제난 등을 이유로 지급을 미뤄왔던 만큼 ‘분할 납부’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경제가 어렵다고 해 한 번에 받는다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 “우리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급 스케줄을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로 합의된 분담금 비율 조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 조코위 위도도 대통령이 경제상황을 이유로 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양국은 조정, 유예 등 문제를 협의해 왔다. 이번 프라보워 장관 방한 중 분담금 액수와 관련해 새로운 요구사항은 없었다고 방사청 관계자는 전했다.
그간 KF-21 사업은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미납을 포함해 KF-21 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사업 전반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프라보워 장관은 방한 중인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전투기 프로젝트를 비롯한 한국과의 협력사업들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방사청 관계자는 “한·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프라보워 장관이 국방장관으로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등 더 적극적인 얘기도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방사청은 프라보워 장관이 자국의 ‘식량기지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은 KF-21 사업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프라보워 장관은 국방부 외에 식량기지 사업 관련 특임장관도 겸직하고 있고, 이에 문 대통령에게 자신이 맡은 인도네시아의 식량기지 사업 협력 요청을 한 것”이라며 “KF-21과 연계해 진행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측이 KF-21 사업과 연계해 한국에 50억 달러 규모의 차관 제공을 요청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금액 얘기도 없었고, 식량기지 사업 협력 문제는 경제 분야 쪽에서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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