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긴가민가 포털 후기 글, 상당수 '뒷광고'..한통속 카페도

박찬근 기자 2021. 4. 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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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생기면 가장 먼저 유튜브에 검색해보는 시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포털을 먼저 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맛집을 찾거나 새 신발을 살 때면 포털부터 검색해봅니다. 그러면 카페 게시판에 쓴 후기 글들이 주로 노출됩니다. 추천 후기가 많으면 아무래도 더 호감이 생깁니다. 다양한 사진이 담긴 게시물을 찾아 요모조모 따져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만난 마케팅 업계 관계자가 불편하면서도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포털에 검색해서 나오는 후기들 상당수가 *뒷광고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두 업체의 일탈이 아니라 오랜 관행이라고 했습니다. 어렴풋이 '그럴 수도 있겠다' 짐작만 했던 일이었습니다.

*뒷광고란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표시하지 않은 광고를 말하는데, 주로 사용 후기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어서 들려준 뒷광고 유통 구조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홍보할 제품이 있는 업체가 홍보대행업체에 의뢰를 하면, 이 대행업체는 맘카페와 뒷광고 계약을 맺습니다. 그럼 카페 운영진은 이 대행업체가 게시판에 올리는 뒷광고들을 눈감아줍니다. 홍보 대가로 지불한 돈은 대행업체가 일부 챙기고 맘카페 운영진에게 흘러 들어갑니다.


사실이었습니다. 뒷광고로 의심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맘카페 운영진들에게 접촉해봤습니다. 제품을 홍보하고 싶다고 하니 대부분 뒷광고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시세는 게시물 1개에 10~20만 원 정도. 평소 자기 카페와 자주 일하는 홍보대행업체를 연결해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포털 아이디가 여러 개 있어야 한다, 일반 회원인 척 일상생활의 소소한 글들을 올리면 의심을 안 한다, 올린 글에 댓글도 같이 달면 더 자연스럽다는 조언도 해줬습니다.

참고만 하라며 지금 진행 중인 뒷광고들을 보여줬습니다. 동네 맛집부터 이름 들으면 알 만한 중견기업까지 업체도 다양했습니다. 아는 제품, 가 본 식당도 있었습니다. 그 글들에 유료 광고라는 표시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속아왔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몇몇 글이 좀 이상하다고 느낀 정도였지, 기업과 맘카페가 손을 잡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눈속임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자주 가는 맘카페는 없지만, 그 카페가 그랬다면 역시 같은 감정이 들었을 겁니다.

지난해 일이 떠올랐습니다. 유명 유튜버들이 뒷광고를 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오자 유튜버들의 사과 영상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유튜버에게는 생명과 같은 구독자 수가 무더기로 떨어져 나가고 있었으니까요. 어제까지만 해도 팬을 자처하던 구독자들이 배신감에 안티팬으로 돌아섰습니다. 손 쓰지 않으면 말 그대로 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로 유튜버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처럼 자기 브랜드를 걸고 영업하는 업계에서는 뒷광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걸 이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뒷광고를 더 강하게 제재하겠다고 발표한 시기와도 겹치지만, 제재보다는 밥벌이를 잃는 게 더 두려웠을 듯합니다.

맘카페 뒷광고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쉽게 사라지기 어려워 보입니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탓이 큽니다. 누가 올렸는지를 모르니 소비자들이 뒷광고인지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먹방' 유튜버가 특정 브랜드의 특정 제품만 집중적으로 리뷰하면 의심을 받겠지만, 익명이라면 자유롭습니다. 누군가 알아차린다 해도 별로 잃을 게 없습니다. 내부 사정을 제보해온 관계자에 따르면, 적발돼도 업체를 폐업했다가 다른 이름으로 다시 개업해서 똑같은 작업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얼굴 드러내놓고 하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는 달리, 맘카페 뒷광고는 자정 작용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물론 모든 업체가 이런 식의 뒷광고를 하는 게 아니듯, 모든 맘카페가 이렇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포털을 열어서 검색하다 보면 몇 번이고 뒷광고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 소비자들은 외면합니다. 저도 취재를 하면서 이런 종류의 글들을 모두 기만적인 광고로 인식하게 됐으니까요. 소비자를 속여서 매출을 올리는 수법은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이런 광고를 많이, 교묘하게 할수록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울 뿐입니다. 이곳에서 검색하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고 물건 파는 사람만 넘쳐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박찬근 기자ge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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