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관리 개선의 13가지 과업을 분석한다

2021. 4. 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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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8차대회 (3)

[유영구 북한연구자]
경제관리 개선의 13가지 과업: 구조 조정의 방향

김정은 총비서는 제8차 당대회의 결론에서 "중앙당 경제부서들과 내각, 국가계획위원회, 공장, 기업소를 비롯한 모든 부문이 합심하여 경제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제관리 개선의 '결정적인 대책' 마련은 외통수의 길이다.

<로동신문>은 지난 1월 31일 경제지도기관들이 "새로운 5개년계획 수행의 중요한 고리의 하나가 경제관리 개선에 달려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새로운 전망계획 수행과 관련한 대책을 진지하게 연구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경제관리 개선은 더 늦출 수 없는 '발등의 불'인 것이다.

제8차 당대회의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된 경제관리 개선의 과업은 다음과 같다(구조 조정의 방향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어 내용상 약간의 중복이 있다). 아래 번호는 필자가 임의로 붙였다.

(1) 국가의 경제조직자적 기능을 높이고 경제사업의 결과가 인민들의 복리증진에 돌려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2) 경제관리 개선의 근본 방향은 인민대중을 중심에 놓고 인민들의 요구와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3)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실현하기 위한 '기강' 바로세우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4) 국가적인 '일원화 통계체제'를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통계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5) 국가경제의 '명맥'을 추켜세우기 위한 사업(인민경제 선행부문과 중요공업부문)을 올바로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6) 경제부문의 '약한 고리'들을 찾아내고 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절실한 부문들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7) 전인민경제적 범위에서 경제적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생산력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이것도 구조 조정의 중요한 측면이다).
(8) 계획화사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9) 재정‧금융‧가격을 비롯한 경제적 공간들을 올바로 이용하여 경제를 합리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0) 공장‧기업소들의 경영활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11) 경제관리 개선에서 원가 저하와 질(質) 제고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관리 개선과 관련해 당대회의 결론에서 추가된 과업도 있었다.
(12) 시범적으로 연구 도입되고 있는 방법들과 경영관리‧기업관리를 잘하고 있는 단위들의 경험을 결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13) 우리 실정에 부합되면서 최량화‧최적화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관리방법들을 연구 완성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관리 개선과 관련한 이상의 13가지 과업은 북한경제가 왜 '전환기'에 처해 있는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해준다. 13가지 과업들 가운데 중요한 일부 과업의 속뜻을 짚어보기로 한다.
▲ 지난 1월 초 8차 당 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들. 이번 당 대회가 실내에서 진행되는 와중에도 참석자들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 코로나 19와 관련해 북한 내부의 자신감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로동신문

생산력의 합리적 재배치

(7) "전인민경제적 범위에서 경제적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생산력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력의 재배치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핵심 아젠다이다. 이에 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문장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① '경제적 효율'의 제고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효과성(economic effectiveness)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하던 북한에서 경제적 효율(economic efficiency)이 언급된 것은 흥미롭다. 경제적 효율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는다는 뜻인데, 비용(cost)-편익(benefit)은 경영에서 보편적인 분석법이다. 북한경제에서 비용절감, 비용 대비 편익증대 등을 중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 계획경제의 '생산량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질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것이다.

② 경제적 효율을 '전인민경제적 범위'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소 조심스럽게 해석해보면 '전인민경제적' 범위에는 인민군대와 특수기관들이 보유한 부동산과 공장‧기업소‧농장, 연구소 등을 내각 관리 하에 둔다는 기획을 포함한 것으로 이해된다.

내각의 경제관리에서 경제적 효율의 제고는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군수공장에 납품하는 협동품(중간재)을 생산하는 민간 공장‧기업소 또는 오래된 군수공장(병기 생산의 필요성이 없어진 부문의 군수공장 등)의 민수용 상품생산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때도 '전인민경제적 범위'라는 경제관념이 중요해진다.

③ 생산력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업은 산업부문별 재배치뿐 아니라 지역재배치를 수반할 것이다. 생산력의 '합리적 재배치'에는 실리주의에 더하여 효율우선주의가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산-소비의 연계, 생산지-소비지의 연계 등이 급부상할 것이다. 여기에는 생산력의 합리적 재배치를 떠나서는 확대재생산과 고속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계획화 사업의 개선, 재정‧금융‧가격 등 경제적 공간들의 이용

(8) "계획화사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획경제에서 계획화사업의 개선은 아킬레스건에 해당된다. 과거에는 생산계획의 작성과 실행에서 기업체가 주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계획결정권은 국가가 갖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① 이제는 변화된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현실이 달라지면서 그 변화에 맞춰 계획화사업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북한 경제당국이 인정한 것이다. 2002년에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2003년에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국방공업의 우선적 발전, 농업‧경공업의 동시적 발전)이 가동되면서 이미 계획화사업에서 변화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계획의 작성과 실행에서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적 실리의 보장과 효율 향상을 중시하는 한편, 계획화사업의 체계와 방법을 개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② 계획화사업에서의 개선 방향은 '전략적인 계획화'와 '계획의 분권화'를 결합하는 것이다. '전략적인 계획화'에는 경제구조와 기술개건, 인민경제의 균형적 발전, 기간산업, 국방공업 등이 포함되고 '계획의 분권화'에는 공장‧기업소의 책임과 권한 확대 등이 포함된다.

외부에서는 북한경제에서의 '계획의 분권화'에 초점을 맞춰 '경제개혁'의 가능성을 강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략적 계획화'를 도외시해서는 계획경제의 전 행정을 옳게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③ 20년의 경험이 축적된 계획화사업의 경험을 토대로 올해부터 이를 더욱 개선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계획화사업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주체사회주의'의 계획경제는 생산성과 효율이 높은 경제, 성장률이 높고 발전 속도가 빠른 경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시간표는 북한 경제주체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9) "재정‧금융‧가격을 비롯한 경제적 공간들을 올바로 이용하여 경제를 합리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공간(槓杆)들'은 기업체 차원에서 경영활동을 자극하는 원가‧가격‧수익성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 경제학서적들이 서술해왔고 2019년에 수정 보충된 사회주의헌법에서도 '이 공간들의 올바른 이용'이 명시되었다(제33조).

① 이제 '경제적 공간들'에서 재정‧금융‧가격을 지칭하는 것으로 각도가 바뀌었다. 원가 저하와 수익성 제고는 기업체 경영에서 당연한 과제가 되었고, 이제 중요시되는 공간의 종류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공간'이 등장한 이후 '계획화공간'이란 용어가 수년 전에 공식문헌에 등장한 것을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었다. 계획경제에서 재정금융사업을 '경제적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중대한 인식의 변화다. 경제적 사유가 바뀌면 정책의 변화는 뒤따라온다.

② 경제의 '합리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비합리적' 관리가 현실경제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합리적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재정‧금융‧가격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재정은행제도의 변화에서 상업은행의 활성화가 핵심과제가 떠오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12) "시범적으로 연구 도입되고 있는 방법들과 경영관리‧기업관리를 잘하고 있는 단위들의 경험을 결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의 입에서 이러한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 다소 놀랍다. 북한은 그동안 당대회에서의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결정된' 사안에 국한되었고 '과도적' 언사를 되도록 피해왔기 때문이다. 이 발언을 독해해보자.

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실행된 이래 일부 공장‧기업소에서 '시범적으로 연구 도입되고 있는 방법들'이 존재한다. ② '경영관리‧기업관리를 잘하고 있는 단위들'이 당연히 존재할 것이다. ③ 시범적 방법과 성과적인 경험의 '결부'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경제관리 개선의 '결정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중앙당 경제부서들(경제부, 농업부, 경공업부, 과학교육부, 그리고 경제정책실)과 내각(부문별 부총리들과 상들), 국가계획위원회, 그리고 산업현장의 공장‧기업소 등 '모든 부문이 합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부문이 합심'할 것을 그가 특별히 당부한 것을 보면 부문별‧단위별로 '따로 노는' 현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구습을 타파하는 경제적 혁신이야말로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음을 이 발언은 실증해주고 있다.

(13) "우리 실정에 부합되면서 최량화‧최적화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관리방법들을 연구 완성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관리방법들의 연구 완성이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는 메시지이다.

① 무엇보다도 '우리 실정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경제관리 개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베트남의 경제개혁의 사례에서 차용한 것도 일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북한의 실정에 부합되지 않는 방법들은 아무리 좋은 방안이어도 채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갈 길이 바쁜데 '개혁' 논쟁이나 '주체사회주의' 이론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조바심도 없지 않을 것 같다.

② '최량화‧최적화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들'의 완성 과정은 곧 실리주의를 실행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장‧기업소의 경영활동 조건 개선

(10) "공장‧기업소들의 경영활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활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장‧기업소의 경영자율권을 높여주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① 북한은 2014년 11월 5일과 2015년 5월 21일에 수정 보충된 《기업소법》에서 기업소의 계획권, 생산조직권, 관리기구와 노력(노동력)조절권, 제품개발권, 품질관리권, 인재관리권, 무역과 합영‧합작권, 재정관리권, 가격제정권과 판매권 등을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경영권한은 북한 기업체 경영의 역사에서 보면 '이례적인' 변화였다. 문제는 경제당국이 변화를 담을 그릇을 마련해줘도 기업체들이 기존의 관성에 따라 움직이면서 전면적인 기업혁신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② 《기업소법》은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위원회를 비롯하여 기업관리에 필요한 비상설위원회'를 조직할 수 있게 허용하는 등 기업 관리기구에서도 일정한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도 기업체들은 다른 기업체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보기만 할 뿐 독창적인 관리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앞줄에 서 있다가 매를 먼저 맞느니 차라리 뒷줄에 서 있겠다는 자세가 남아 있는 것이다.

③ 경제당국은 기업소들로 하여금 '실제 경영권'(경영상 상대적 독자성)을 갖고 경영전략‧기업전략을 수립하도록 유인하고 있지만 실제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니 경영활동 조건을 더욱 개선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놓여 있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경험 부족'과 '제도적 장치의 부족'으로 인해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같다. 박정근 국가계획위원장은 지난 1월 17일에 열린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기업소의 경영활동을 위해 '경제적 조건과 법률적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올해 《기업소법》을 비롯한 경제법령 및 각종 규정을 정비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었다.

원가 저하와 질(質) 제고

(11) "경제관리 개선에서 원가 저하와 질(質) 제고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제를 풀어 설명해본다.

①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에서의 원가 저하는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생산물의 원가를 체계적으로 낮추려면 노동력의 질과 기계설비의 성능은 높아져야 하고 원자재 가격은 낮아져야 한다. ② 품질 제고는 소비시장의 호응과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수출상품으로도 손색이 없게 해준다.

③ 원가 저하와 질 제고는 이윤율의 체계적인 상승을 유인할 것이고, 공장‧기업소의 수입금이 커짐에 따라 국가납입금을 낸 뒤의 기업유보금(시설자동화 재투자, 노동자 재분배 등 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제관리 개선에서나 실리주의적 경영에서 보면 원가 저하와 품질 제고는 중대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올해부터 5개년계획 기간 내내 경제관리 개선 대책들이 실행될 것이다. △생산력의 합리적 재배치 △계획화사업의 개선 △재정‧금융‧가격 등 경제적 공간들의 이용 △우리식 경제관리방법과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시행과 제도화 △원가 저하와 질 제고 등이 대표적인 대책들이다.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 대책들을 보면서 중국의 개혁 초기에 유행하던 '실천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광명일보(光明日報)의 사설이 떠오르는데, 북한은 계속 실리주의적 행동에 나서면서도 중국과는 명백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강변할 것이다. 북한의 다양한 실험과 실행에 관한 정확한 관찰만이 우리를 올바른 분석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3월 21일 '시, 군들에서 지방공업을 발전시켜 인민생활향상에서 뚜렷한 개선을 가져오자'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사진은 평천일용필수품공장 내부 모습. ⓒ로동신문

매년 시‧군에 시멘트 1만톤씩 보장

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식의주' 문제해결을 다른 경제부문별 현황과는 별도로 다루었다. 식량문제‧경공업‧수산업을 묶어서 설명했다. 식의주 문제를 별도로 다룬 것은 '경제판'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지향(주택과 소비재 공급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식량 문제와 관련해 그가 당대회의 결론에서 "앞으로 2~3년 어간에 해마다 국가의무수매계획을 2019년도 수준으로 정하고 반드시 달성하며 전망적으로 수매량을 늘려 인민들에게 식량공급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농민들을 비롯해 인민 전체의 이목을 집중시켰음직하다.

국가의무수매계획의 기준점을 2020년으로 하지 않고 2019년으로 했다는 것으로부터, 지난해에 코로나19의 비상국면에서 작황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매량을 점차 늘려 식량공급을 '정상화'하겠다는 각오도 담겨 있었다.

식의주에 이어 △시‧군들의 자립적‧다각적 발전 △과학기술발전의 촉진 문제도 별도로 다루었다. 김 총비서는 당대회의 결론에서 "국가적으로 해마다 모든 시‧군들에 시멘트 1만톤씩 보장해주기 위한 사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삼지연시 건설에서와 같은 지방도시들의 재건에 필요한 건자재를 적극 공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국가적 선물'을 주기로 하면서 시‧군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개최한 것은 북한 정치의 특징을 알게 해준다.

과학기술발전에서는 세 가지 과제가 제기되었다. (1) 5개년계획 수행에서 나서는 긴절(緊切)한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5개년계획 수행에 필요한 과학기술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외부에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그 문제들은 중공업‧경공업‧농업 전반에 걸쳐 있을 것이다.

(2) 핵심적이며 선진적인 첨단기술 개발을 촉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기술은 기계‧화학‧금속‧전자공업 등에 해당될 것이며 중앙경공업공장들의 설비에도 필요할 것이다.

(3) '전민(全民) 과학기술인재화' 실현 사업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북한 전역의 인트라넷을 통한 과학기술정보의 지속적인 보급, 토요학습 등 학습시스템에 의한 과학기술 교양강의 등을 통해 인민들을 과학기술적 인재로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부문별 협의회는 민주집중제의 재현인가?

김정은 총비서는 제8차 당대회에서 여러 과업들을 제시하던 끝에 결론적으로 "해당 단위들에서 일단 계획을 세운 다음에는 그 집행을 위한 과학적이며 구체적인 작전과 지휘를 실현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계획의 집행에서 '과학적이며 구체적인' 작전‧지휘와 '무조건적인' 수행 자세를 강조했다는 것은 그만큼 계획 집행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끝으로 제8차 당대회에서 '부문별 협의회'를 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대회 참가자들 모두가 정비전략‧보강전략의 주인공이라는 책임을 일깨우는 자리였을 것이다. 부문별 협의회의 자세한 진행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마치 '타운미팅'을 연상시킨다. 서구사회에서는 타운미팅을 지역사회의 직접민주주의의 형식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부문별 협의회를 '당내 민주집중제'의 재현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문별 협의회를 마친 뒤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에 제시된 과업을 철저히 관철할 데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채택한 것을 보면, 부문별 협의회는 '당대회 참가자들 자신의 의사결정'으로 만들려는 장치였음을 알 수 있다.

제8차 당대회는 북한경제의 전환기의 시작이었다. 당‧국가‧군대와 인민들은 각 부문에서 제8차 대회의 결정에 화음을 맞추고 현실에 적합한 방안들을 찾아나갈 것이다. 처음부터 조화로운 합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당‧정 정치행사의 다양한 변주는 반복될 것이다.

조선로동당은 당대회가 열린 지 한 달 만에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고, 다시 한 달만에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열었다. 북한정부는 1월에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었다. 이 일련의 행사들은 5개년계획의 첫 해에 전환기 경제를 원만하게 전개해나가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덧붙임1> 제8차 당대회의 개정 당규약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시급히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고 "당 수반의 위임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은 정치국회의를 사회(司會)할 수 있게" 되었다(27조).

'시급히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들(경제현안 포함)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토의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무위원(예: 김국훈 내각총리)이 김정은 총비서를 대신해 정치국회의를 사회할 수 있게 됨으로써 김 총비서가 현지지도 등으로 지방에 체류하는 기간에 그의 위임을 받은 상무위원이 정치국회의를 주재할 수 있게 되었다.

<덧붙임2> 제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이 개정됐다. 각급 당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비서‧부비서로 바꾸고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정무처를 비서처로 고쳤다(24조). 당의 수반은 '위원장'에서 '총비서'로 바뀌었다.

<덧붙임3> <로동신문>은 "사업총화보고의 상세한 내용은 당내본(黨內本)으로 전당의 각급 조직들에 전달 침투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결정서도 "각급 조직들에 당내본으로 배포"되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전 당대회와 달리 당대회의 공식문헌을 '당내본'으로 제한한 것은 외부 공개를 원치 않는 '민감한' 내용이 일부 담겨서인지도 모른다.

[유영구 북한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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