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땐 코로나에 덮였을 뿐.. '조국 사태' 재보선 참패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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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4ㆍ7 재·보궐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지목하자, 친문재인(친문) 성향 의원과 지지자들이 반박을 쏟아내고 있다.
약 6개월 뒤 치러진 지난해 4ㆍ15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의 압승을 거두며 국민들로부터 '문제 없음' 판정을 받았고, 그렇기에 조국 사태와 이번 보궐선거 참패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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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는) 지난해 총선 때 이미 평가 받았다. 이번 보궐선거 패인으로 분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 (김경협 의원)
“한가롭게 2년 전 이슈를 가지고 논쟁할 때가 아니다.” (김남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4ㆍ7 재·보궐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지목하자, 친문재인(친문) 성향 의원과 지지자들이 반박을 쏟아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이 집중적으로 터진 건 2019년 8, 9월. 약 6개월 뒤 치러진 지난해 4ㆍ15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의 압승을 거두며 국민들로부터 ‘문제 없음’ 판정을 받았고, 그렇기에 조국 사태와 이번 보궐선거 참패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총선은 조국 평가를 ‘유보’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지난해 총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가 ‘유보’된 선거였다. 조국 사태 때인 2019년 9월 한국갤럽 월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최저치인 42%까지 하락했고, 이후 계속 40%대 중반에 머물렀다. 실망한 민심은 총선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일자리ㆍ부동산 등 정책 실패와 조국 사태 등 실정을 코로나19가 덮었고, 집권 여당이 승리해야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국기 결집 효과’가 나타나며 민주당은 180석의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관계자도 “코로나19와 야당의 ‘극우’ 이미지 탓에 조국 심판이 사실상 유예됐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균열’의 시작은 조국 사태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 지지층은 서서히 무너졌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에 따르면, 총선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체 득표 차이는 약 244만 표였다. 민주당이 모두 승리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격차(500만~600만 표)보다 크게 줄었다. 이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20~40대 상당수가 투표에 불참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대(60.0%), 30대(57.1%), 40대(63.5%)의 총선 투표율은 60% 안팎에 그쳤다. 2017년 대선에서 이들의 투표율이 모두 70%대 중반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조국 사태 등으로 정부ㆍ여당에 실망한 중도 성향의 지지층 이탈이 분명히 있었다는 얘기다.
조국 사태가 불 지핀 심판론의 ‘봉인’이 풀렸다
민주당은 180석의 환상에 빠져 민심을 오독했다. ‘180석은 개혁을 제대로, 끝까지 추진하라는 유권자의 주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입법 독주'를 했고, 또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총선 때 조국 사태 심판이 이뤄졌다면 민주당이 그렇게 독주하진 못했을 것”이라며 “오만, 독주, 무리한 검찰개혁 모두 조국 사태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조국 사태부터 쌓였지만 코로나19로 일시 봉합됐던 심판론이 재·보궐선거에서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소신파 인사들은 “이번에 조국 사태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응천 의원은 “금기어 혹은 성역이 된 조국 문제는 보수 정당의 ‘탄핵’처럼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도 “조국 사태만으로 선거에서 패배한 건 아니지만, 패배 원인 중 하나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정당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 믿음이 결정적으로 흔들리게 된 시발점이 조국 사태”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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