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갈등' 해법 있다..모범사례 보니 "거점 배송·실버택배로 해결"

문대현 기자 2021. 4. 1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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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희생 대신 상호 협의 중요"..양보와 배려로 해법 찾은 곳 많아
한진·CJ대한통운 소속 택배차량, 저탑차량 개조해 고덕아파트 배송
택배기사가 14일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서 허리를 제대로 펴기 힘든 높이의 저상 탑차에서 물건을 내리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1.서울 강동구 소재 아파트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의 지하주차장 출입구 높이는 2.3m다. 일반적으로 택배 차량의 높이는 2.5m가량이라 이곳의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없다. 택배기사와 아파트 입주민은 협의를 거쳐 단지 내 4곳에 배송 거점을 마련했다. 택배기사는 차량을 이용해 지상으로 진입한 뒤 거점에 수화물을 내리고 손수레를 이용해 각 가정에 물건을 배송한다.

#2. 경기도 하남시의 '위례롯데캐슬'의 택배는 실버택배 요원이 배송한다. 택배기사가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수화물을 배송하면, 단지 내에서는 인근 지역 거주 노인 인력이 각 세대로 방문 배송하는 식이다.

16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동구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택배 갈등해법으로 '거점배송'과 '실버택배' 방식이 거론된다. 택배차량의 지하주차장 진입이 불가능한 전국 총 419개 아파트 단지 중 일부 아파트의 경우 이 방식을 이용해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택배업계에서는 특정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기보다 당사자 간 원만한 대화와 상호 양보가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택배갈등…'거점배송'·'실버택배' 등 실제 해결사례

택배업계와 <뉴스1>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대단지 아파트 가운데 택배 차량 등 단지 내 지상도로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는 아파트는 전국 419곳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 택배 차량 출입을 위해 지상공원형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를 2.7m로 정했지만 전국의 419곳의 아파트는 정부 지침이 나오기 전에 건축 승인을 받아 지하 출입구 높이가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택배 차량의 높이는 2.5m가량이라 2.3m 높이의 지하 출입구에는 진입할 수 없다.

해당 지역의 경우 택배 배송을 두고 아파트 관리센터와 택배기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주민 안전과 배송 편의를 둘러싼 입장 차 때문이다.

그중 한 곳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5000세대 규모 아파트에서는 지난 14일부터 택배 개별배송이 중단되며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

반면 택배 갈등을 빚은 아파트와 같은 구조의 다른 아파트 중에서는 택배기사와 아파트측 간 양보와 배려로 해법을 찾은 사례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의 경우 단지 내 네군데의 거점을 마련해 해당 거점까지만 택배차량이 진입할 수 있게 했다.

택배기사는 해당 구역에서 수화물을 내려 손수레로 옮긴 후 각 가정으로 배송한다.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손수레를 이용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아파트측의 입장을 받아들였고, 아파트측은 지상으로는 택배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규정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하주차장 출입구 높이를 올리지 않는 이상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 대개 큰 규모의 아파트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라며 "어린이들 등하교 시간을 피해 특정 시간에만 출입하도록 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하남시의 '위례롯데캐슬'과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 '플로리체위례'의 경우 실버택배(단지 내 노인 배송원의 손수레 배송) 방식을 도입했다. 실버택배는 노인계층을 뜻하는 실버(Silver)와 택배의 합성어로, 인근 지역 거주 노인 인력을 활용한 택배 서비스를 뜻한다.

택배사가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수화물을 배송하면, 단지 내에서는 실버택배 요원이 각 세대에 방문 배송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단지도 이 방법을 도입했다.

이 관계자는 "노인 택배원의 경우 실버택배법인이나 지역 시니어클럽 소속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아파트 단지에서 직접 고용을 하거나 각 택배사별로 대리점에서 채용해 사용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실버택배 시니어 배송원 © 뉴스1(CJ대한통운 제공)

◇전동카트 도입하거나 아파트 건축시 미리 지하주차장 층고 높이기도 세종시 호려울마을 10단지 '중흥 S-CLASS'의 경우 전동카트를 도입했다.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이 어려운 공원형 아파트 구조지만 전동카트 덕분에 택배기사의 수고를 덜어준다. 카트 마련과 유지에 대한 비용은 입주자들이 분담한다. 택배기사들은 카트 운반에 이어 수화물을 집 앞까지 배송해준다.

대당 1000만원에 구매한 전동카트의 연간 유지비용은 약 300만원인데 입주민 656세대가 나눠서 월 300원만 더 내면 돼 부담이 덜하다. 입주민과 택배기사들의 원만한 협의에 따른 결과다.

아파트 준공 이후 택배 갈등을 예상한 예비 입주민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아파트 건축과정에서 지하주차장 층고를 높이는 사례도 있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와 고덕롯데캐슬 베네루체의 경우 시공사가 건축 도중 설계를 변경해서 지하주차장의 층고를 높였다.

택배 갈등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니 재건축 조합원들이 비용을 부담해 건축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한 사례다.

이외에도 울산의 한 아파트의 경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진입 출입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규정하고 차량 속도도 시속 10㎞ 이내로 제한했다. 또 공회전 금지를 위해 시동을 끄게 했으며 동간 거리가 짧은 특성상 각 동 현관문 입구로 이동하지 않고 가운데 통로에서 정차해 물건을 옮기게 했다.

택배 갈등을 원만히 해결한 사례들은 고덕동 아파트와 같은 아직 갈등이 진행 중인 곳에서 참고할 만하다. 다만 택배업계에서는 특정 집단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양쪽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쪽의 희생을 요구하는 대신 입주민과 택배기사의 입장을 모두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와 아파트측 모두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해선 대립과 갈등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대화와 협의가 원만히 이뤄진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할 수 있다. 특히 한 번 결정한 사항이라 해도 시행하면서 상황에 맞게 변경이 가능하게 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4일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 택배를 내려놓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고덕 아파트 '택배 갈등'…비노조 기사, 대부분 저탑차량 이용해 배송 한편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14일부터 고덕동 아파트의 택배 개별배송을 중단한 상황이지만 비노조 소속의 택배 기사들은 택배차량을 저탑차량으로 전환해 개별배송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택배사 중 한진택배는 해당 아파트의 배송차량 2대가 투입되는데 그중 1대는 저탑차량으로 전환했으며 1대는 승합차(스타렉스)에 짐을 옮겨 실어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해당 구역에 6~7대의 차량이 투입되는데 그중 5대 정도는 저탑차량으로 전환해 개별배송을 진행 중이다.

택배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고덕동 아파트의 경우 택배기사들의 노력으로 대부분 정상적으로 배송이 되고 있는데 집행부가 중심이 된 일부 노조원들이 강경한 태도로 아파트 측과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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