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감시·차단은 양호하지만 백신 대책은 속수무책
(지디넷코리아=김양균 기자)“코로나19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퇴치하기는 어렵다. 인수공통 감염병을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의 말이다. 이 말을 조금 바꾸면 우리가 직면한 현 위기 상황에도 대입 가능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기는 어렵지만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 방역당국은 과연 어떤 변이 바이러스 감시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을까?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억제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바이러스 스스로 생존에 유리토록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변이’도 코로나19 상황 극복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최근 독일 정부는 전국에 대한 봉쇄 조치를 강화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B.1.1.7’ 확산이 극성을 부리자 내린 조치였다. 비단 독일뿐만이 아니라 14일 기준 B.1.1.7이 보고된 국가는 114개국에 달한다. 감염자 수는 영국이 19만9천54건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2만9천712명, 독일 2만8천667명 등이며, 중동·남미·아프리카 대륙·동남아시아 등으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및 발생국은 ▲B.1.526 뉴욕 ▲B.1.525 뉴욕 ▲P.2 브라질 ▲B.1.1.7 영국 ▲P.1 일본·브라질 ▲B.1.351 남아프리카공화국 ▲B.1.427 캘리포니아 ▲B.1.429 캘리포니아 등이다.
우리 방역당국은 특히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주 ‘B.1.351’을 눈여겨보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국내 항체치료제 효능평가 결과 B.1.351에 효과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임을 고려하면, 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일종의 돌기)을 통해 사람세포 안에 침입한다. 단일클론항체는 이 돌기에 달라붙어 세포 침입을 막는다. 이 기전을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한 것이 바로 항체치료제다.
권준욱 원장은 “광범위 항체치료제가 아닌 단일 항체치료제의 경우, 주요 변이에 대해 효능이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질병청은 항체 치료제 개발사와 함께 광범위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 감시는 우수…백신은 글쎄
변이 바이러스는 해외 입국자를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국 검역은 꽤 까다롭게 이뤄진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면 입국 전에 PCR 검사를 받고 입국 시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입국 후 24시간 이내에 또 PCR 검사를 받게 된다. 이후 보름간의 자가격리 해제 전에 다시 PCR 검사를 받아 감염 여부에 대한 삼중 검사 과정을 거친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했던 뼈아픈 사례가 있던 터다. 때문에 해외 입국 후 자가격리자는 해당 지자체의 깐깐한 통제를 받는다.
미국 입국자도 예외는 아니다. 삼중 PCR 검사와 자가격리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다만, 자가격리면제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자가격리에서 제외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PCR 음성확인서 제출 및 입국 후 일주일 내 PCR 재검사는 의무다. 이동 동선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입국 확진자의 경우, 생활치료센터 및 감염병전담병원에서 1인 1실 격리를 통해 치료를 받는다.
변이의 유입 차단 만큼 지역사회 전파 여부를 판단할 감시체계도 중요하다. 관건은 이 감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느냐다. 첫 번째 관문은 질병청 감염병진단분석국이다. 분석국에서는 매일 국내에서 발생한 전파 사례 등 전체 확산 사례 10% 가량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균주 유전체 분석이 이뤄진다. 여기에는 국내 관련 8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해당 유전체 분석 과정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지가 이뤄졌다.
권준욱 원장은 “미국은 민간의료기관까지 참여해 변이 균주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지만, 환자 발생 및 검체 발생 규모가 워낙 많다”며 “우리나라처럼 10%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비율로 파악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변이 바이러스 감시 체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주요 변이를 포함해 “RT-PCR 검사에서 놓친 경우는 없다”고 말한다.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질병관리청 주도하에 실험실에서 분리·배양돼 항체치료제 등 효능평가 등의 절차를 거치고, 연구자들에게 분양해 연구에 사용되기도 한다.
변이 바이러스 대응의 구멍도 존재한다.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는 변이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관련해 우리 방역당국은 아직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백신 내성은 백신 개발 부분이 같이 고민돼야 한다”며 “화이자나 이런 쪽에서도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해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임상시험을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백신 도입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변이 바이러스의 백신 효과 저하 문제와 관련, 주도권이 사실상 개발사에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해외의 백신을 수입해 쓰는 우리 입장에서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김양균 기자(ange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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